가상화폐 거래 급증에 은행권 초비상..기준없어 혼란

      2021.04.20 08:30   수정 : 2021.04.20 08: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상화폐 거래 급증이 시중 은행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시중은행에게 가상화폐 거래소 검증을 맡겼지만 시중은행들은 관련 기준이 명확치 않아 골머리를 싸메고 있다. 일단 일부 은행들은 급한대로 가상화폐 관련한 해외 송금이 급증하자 월 송금한도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시중은행 외환송금 담당 부장들과 비대면 회의를 갖고 최근 가상화폐와 관련된 해외 송금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를 유의깊게 지켜봐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 잇단 가상화폐 거래 의심 해외 송금 조이기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비대면으로 중국으로 송금할 수 있는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이용한 차익 거래를 막기 위한 것이다. 예를들어 해외에서 6000만원에 비트코인 1개를 매수한 뒤 우리나라에서 7000만원에 매도해 1000만원의 차익을 본 뒤 해외 계좌로 송금하는 것. 실제 A은행에선 이달 1∼9일 해외로 약 1364만 달러가 송금됐다. 3월 전체 해외 송금액(918만 달러)을 불과 7영업일 만에 넘어섰다. 특히 중국으로 보낸 송금액이 전체 해외 송금의 80%를 차지했다. B은행도 같은 기간 중국으로 2097만 달러가 송금돼 직전 3개월간의 중국 송금액(1817만 달러)을 이미 넘겼다.

우리은행은 이같은 거래를 막기 위해 기존 연간 한도 5만 달러 이내면 매일 5000달러씩 송금이 가능하게 했으나 앞으로는 월 1만 달러까지만 송금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나은행의 경우는 비대면 해외 송금이 가능한 '하나EZ'의 월 한도가 이미 1일 1만 달러로 책정돼 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해외 소액송금 1일 1만달러, 1일 2회, 동일 수취인 3개월 5만 달러로 제한했다. 기존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었다.

은행 관계자는 "창구에서는 직원이 의심스러운 거래를 확인하고 있고, 비대면은 '은련퀵송금'만 막아도 대부분의 가상화폐 관련 의심거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관련 기준 없이 은행이 책임 떠안아
최근 시중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안전성, 위험성을 평가하는 책임을 떠안았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각 거래소에 대한 '종합 인증' 책임을 지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 인증을 해주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준이 필요한 것. 현재 이 기준을 만들기 위해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별 은행과 개별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거래이기 때문에 모든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핵심사항에 대한 참고자료는 될 수 있게 지침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16일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6월까지 금융위원회,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하기로 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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