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트코인, 화폐 아니지만 투자수단" 보아오포럼
2021.04.19 15:39
수정 : 2021.04.19 15:39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정부가 금을 대신할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규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화폐가 아니라면서도 다른 유형의 투자라는 것은 인정했다. 중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위안화는 달러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19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리보 부행장은 전날 열린 보아오포럼의 ‘디지털결제와 디지털통화’ 분과 논의에서 “앞으로 어떤 통화든 널리 쓰이는 지급수단이 되려면 은행이나 준은행 같은 금융기관의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면서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규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화폐 아니지만 ‘투자’수단
중국 금융당국은 그동안 비트코인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고수해왔다. 진정한 의미의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나 금융회사가 비트코인과 관련된 상품을 매겨서도 안되며 유통·거래도 할 수 없다고 못 박아왔다.
최근엔 에너지 절감과 탄소배출 감소 차원에서 특정 지역의 가상화폐 채굴을 금지했다. 비트코인 등 일부 가상황폐는 컴퓨터로 복잡한 연산을 해야 얻을 수 있다. 광산에서 금 같은 귀금속을 캐는 행위에 빗대 ‘채굴’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탄소 절감의 장애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이 한층 완화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화폐는 아니지만 투자 수단으로는 인정한 셈이다. 규제 규칙을 만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 내용은 금융 리스크 방지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보 부행장은 “가상화폐 자산은 투자의 옵션이며 통화가 아닌 다른 종류의 투자”라며 “일종의 투자 수단 혹은 대체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보 부행장은 디지털위안화를 놓고는 “달러나 다른 국제 통화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선택을 통해 국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당장은 주로 국내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갈등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위안화를 추진하고 정식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달러와 기축통화 패권 경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됐었다.
■2년 만의 보아오포럼, '중국이해'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은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가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정식 개막은 20일이지만 18일부터 사전 컨퍼런스 등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세계 정세 대변화’라는 주제로 21일까지 열린다. 회의 주제는 중국 이해, 세계 정세 변화와 아시아 발전의 대세 파악, 일대일로 협력, 산업혁신 등 6개 섹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이 가운데 중국 이해와 일대일로 협력은 새롭게 추가됐다.
CCTV는 “올해 보아오포럼 창립 20주년은 중국의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과 시작과 일치한다”면서 “등록된 오프라인 참가자 수만 4000명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보아오포럼은 매년 4월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지역경제 비정부·비영리 기구다. 아시아 국가의 경제발전을 논의하고 각국 사회발전, 인적자본, 사회 기반시설, 통상무역의 행정효율성, 거시경제 견고성 등 각 분야 점수도 매겨 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은 같은 날 중국매체와 인터뷰에서 “경제 회생부터 코로나19 백신 보급, 빈곤 감소,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도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보아오포럼의 목표는 그 영역을 아시아 밖으로 넓히고 논의 영역도 한층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아오포럼은 세계 각지 우수 인재와 함께 각국 정상 등 고위 관리들이 모여 수많은 토론을 통해 혁신 이념을 만들어 낸다”면서 “포럼이 끝나면 이런 논의가 강력한 집행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삼성전자 후원, 시진핑 참석 주목
통상 보아오포럼은 중국 국가 주석과 총리가 번갈아 개막식에 참석한다. 2019년 리커창 총리가 나왔고 지난해는 포럼이 취소됐기 때문에 올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첨예한 대립 속에 시 주석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이전 발언에 미뤄 다자주의와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 시대에 맞춰 각국의 협력강화를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 또 소그룹 집단대결을 언급하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할 할 수도 있다.
리바오둥 보아오포럼 비서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개막식에는 중국 지도자가 참석하고 미중 기업가 좌담 등 일련의 중요한 활용을 하게 된다”면서 “수십 명의 각국 지도자와 전 정계 요인들, 국제기구 수장들, 학자들도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전했다.
올해는 시 주석의 핵심 정책인 일대일로와 금융 개방, 탄소 중립, 고령화, 코로나19 백신 등이 논의된다.
한국에선 SK가 영예 전략적 파트너, 삼성이 전략적 파트너로 후원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온라인으로 참석해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극복하고 기업의 지속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가속해야 한다는 내용의 축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이번 보아오포럼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루팅 중국거시경제연구원 부연구원은 CCTV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과 모든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면서 “세계 국가들에게 보다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자신감을 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사회 회복을 위한 지혜와 힘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