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통화 패권, 선수 친 중국 "비트코인은 투자 수단"

      2021.04.19 17:55   수정 : 2021.04.19 18: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 정부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에서 가상자산을 투자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가상화폐는 투기 수단으로 결제 수단의 지위에 아직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과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미중간의 패권경쟁에서 기존 시장경제에 얽매지 않는 가상자산 분야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파악된다.



보아오포럼은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가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정식 개막은 20일이지만 18일부터 사전 컨퍼런스 등이 진행되고 있다.


보아오포럼에서 중국 정부는 금을 대신할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규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화폐가 아니라면서도 다른 유형의 투자라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19일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리보 부행장은 전날 열린 보아오포럼의 '디지털결제와 디지털통화' 분과 논의에서 "앞으로 어떤 통화든 널리 쓰이는 지급수단이 되려면 은행이나 준은행 같은 금융기관의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면서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규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폐 아니지만 '투자' 수단

이날 발언은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이 한층 완화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화폐는 아니지만 투자 수단으로는 인정한 셈이다. 규제 규칙을 만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 내용은 금융 리스크 방지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보 부행장은 "가상화폐 자산은 투자의 옵션이며 통화가 아닌 다른 종류의 투자"라며 "일종의 투자 수단 혹은 대체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보 부행장은 디지털위안화를 놓고는 "달러나 다른 국제 통화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선택을 통해 국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당장은 주로 국내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갈등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위안화를 추진하고 정식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달러와 기축통화 패권 경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됐었다.

■SK·삼성 후원… 시진핑 참석 주목

통상 보아오포럼은 중국 국가 주석과 총리가 번갈아 개막식에 참석한다. 2019년 리커창 총리가 나왔고 지난해는 포럼이 취소됐기 때문에 올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등장한다. 이로써 미국과 첨예한 대립 속에 시 주석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이전 발언에 미뤄 다자주의와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 시대에 맞춰 각국의 협력강화를 주문할 가능성이 있다. 또 소그룹 집단대결을 언급하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

한국에선 SK가 영예 전략적 파트너, 삼성이 전략적 파트너로 후원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온라인으로 참석해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극복하고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가속해야 한다는 내용의 축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이번 보아오포럼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은 중국매체와 인터뷰에서 "경제 회생부터 코로나19 백신 보급, 빈곤 감소,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도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보아오포럼의 목표는 그 영역을 아시아 밖으로 넓히고 논의 영역도 한층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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