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하늘에 헬리콥터가 떴다..지구밖 행성 첫 동력비행
2021.04.20 06:47
수정 : 2021.04.20 06:47기사원문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9일(현지시간) 오전 3시 30분경(미국 동부시간 기준) 초소형 무인헬기 ‘인저뉴어티’가 화성 표면에서 발을 떼고 상공을 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시행 비행은 초속 1m 속력으로 이륙 후 3m 높이까지 상승하고 약 30초간 공중에 머문 후 착륙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총 비행 시간은 39.1초. 인류가 지구 이외의 행성에서 ‘제어 가능한 동력체’를 비행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저뉴어티는 나사가 개발한 높이 약 49㎝, 무게 1.8㎏의 초소형 헬기다. 머리 위 달린 날개 2개를 회전시켜 하늘을 난다. 지난 2월 18일 화성에 착륙한 로버(이동형 로봇)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인내)’가 화성까지 싣고 왔다.
인저뉴어티는 지구 대기 밀도의 100분의 1 수준인 화성에서도 비행할 수 있도록 날개 회전 속도를 지구 헬기보다 8배 빠른 분당 2400회까지 끌어올렸다. 비행 직후 인저뉴어티는 소진된 동력을 태양에너지로 재충전하기 위해 수면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시험 비행은 1900년대 라이트 형제의 인류 최초 동력 비행 성공과 견줘진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화성 표면에서 이륙하는 것은 지구에서 고도 10만피트(약 30㎞)로 비행하는 것과 비교할 만하다”면서 “어떤 헬기도 그 정도 높이에서 비행한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나사는 인저뉴어티 제작에 8500만달러(약 950억3000만원)를 투입했다. 퍼서비어런스 개발에는 무려 27억달러(3조원)를 썼다. 나사 측은 “인저뉴어티 (비행은) ‘고위험·고보상’ 기술 실증”이라고 짚었다.
인저뉴어티에는 과학 자료를 수집하는 기능이나 과학기구는 실려 있지 않았다.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부품들만 담겼다. 이번 비행의 목적은 화성에서의 동력 비행이 가능 여부 파악이었기 때문이다.
나사는 “인저뉴어티는 화성에서 비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실증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며 “해당 기술은 더 진보된 로봇 비행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