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LH 용역업체 입찰 선정에 담합·전관예우 의혹"

      2021.04.20 17:36   수정 : 2021.04.20 18:17기사원문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는 건설사업관리 용역에 입찰 담합이 있다는 의혹이 20일 제기됐다.

상위 업체 간 사전 담합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거나 최종 낙찰 업체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LH 내부위원의 평가가 LH 전관 영입 업체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LH 내부위원들이 1위로 평가한 업체가 최종 낙찰로 이어지는 경우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묵시적 줄세우기 담합 의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LH 건설사업관리 용역 대다수 입찰담합 징후' 기자회견을 열고 LH의 건설사업관리용역 92건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형적인 입찰 담합 징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최근 업계 제보자로부터 건설사업관리용역(202년 1월~2021년 3월) 94건에 대한 자료를 입수해 이 가운데 평가결과가 없는 2건을 제외한 92건에 대해 분석했다. 해당 자료는 입찰공고, 입찰결과, 평가위원, 평가결과 항목 등이 포함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 기간 계약된 사업 총 92건의 계약금액은 4505억원으로, 이들 중 2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은 66건(72%), 3개 업체만 참여한 사업은 17건(19%)이다.

또 용역사업 규모가 20억원 이상일 경우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를 적용한 사업 85건 가운데 65건(77%)는 입찰 참여업체가 단 2곳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이를 두고 '무효입찰 회피 방책'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건설사업관리 용역사업에 입찰할 만큼 기술이행능력(PQ)을 갖춘 업체는 상당수인데도 입찰 참여 업체가 2개곳 밖에 되지 않는 것은 상위 업체끼리 돌아가며 입찰에 참여해 수주를 따내는 담합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 11조에 따르면 경쟁입찰은 2인 이상의 입찰만 유효한 입찰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순번을 정한 뒤 2개사 입찰로 묵시적 줄세우기 담합을 했다는 주장이다.

■LH 내부위원 평가, 업체 선정에 영향

경실련은 종심제 평가에 참여하는 LH 내부위원들의 영향력이 낙찰업체 선정에 결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종심제는 기술점수 80점과 가격점수 20을 합산해 평가하는데, 여기에 LH 내외부 평가위원 7명이 참여한다.

이들 평가위원의 정성평가 점수를 분석한 결과 LH 내부위원이 고점 평가점수를 낸 업체들이 낙찰된 경우는 90.2%(83건)에 달했다. 반면 LH 내부위원이 1위로 평가한 업체가 낙찰되지 못한 사업은 9.8%(9건)에 그쳤다.

경실련은 "지난해까지 LH 내부위원은 3명으로, 7명의 평가위원 중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낙찰업체 선정에는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했다. LH는 올해부터 내부위원을 5명으로 확대했다.

경실련은 용역사업 평가 시 업체 순위별로 강제로 점수에 약 10% 내외의 차등을 주는 '강제차등점수제'가 적용되는데, 이 제도가 LH 퇴직자를 영입한 전관회사에게 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했다.

경실련은 개별 사업금액 상위 10개 업체의 사업 현황을 살펴 본 결과 이들 중 6개 사업을 LH전관 영입업체가 주관업체로 수주했다고 전했다.
이들 사업 중 가장 큰 계약금액 123억 상당의 사업은 LH전관을 3명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는 것이다.

또 LH 건설사업관리 용역사업의 평균 낙찰률이 81.2%에 그치는 것은 정부가 설계용역금액 산정기준을 부풀린 탓이라고 경실련은 분석했다.


경실련은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에 따라 사업대가 기준으로 산정한 설계용역금액은 직접인건비의 2.8배로 책정돼 81.2%로 낙찰받아도 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영리법인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당초 100%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설계용역금액마저 부풀려 예산낭비를 방조하는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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