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헬기 '인저뉴어티'

      2021.04.20 18:15   수정 : 2021.04.20 18:15기사원문
'인터스텔라'. 2014년 흥행에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다. 기상악화와 병충해로 황폐화된 지구를 대체할, 우주의 새 정주지를 찾는 서사가 퍽 흥미로웠다. 다만 프로젝트 실행 시점이 2067년께로 설정돼 영화를 보면서 먼 미래의 일인 양 여겼었다.



그러나 이 영화 시나리오의 상상력이 더는 막연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가 19일(현지시간) 화성에서 비행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제어 가능한 동력체'가 지구와 대기환경이 판이한 행성에서 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약 3m 높이에서 30초간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우주탐사의 신기원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화성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전기차 테슬라의 괴짜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호언이 한낱 잠꼬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블랙홀을 이용해 다른 은하계 행성에 도달하는 꿈이 실현되려면 아직 까마득하다. 그럼에도 우주를 향한 제2 대항해 시대가 열린 느낌이다. 15세기 말 대항해 시대에 유럽 열강들은 다른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산업생산력을 끌어올렸다. 냉전기 미국·소련(현 러시아) 간 우주 선점경쟁은 근래 미·중·러·유럽연합(EU) 등으로 확대됐다. 후발주자 중국이 작년 화성탐사선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인도도 다크호스다. 심지어 중동의 작은나라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지난 2월 아랍권 국가 가운데 최초로 화성에 탐사선을 보냈다.

반면 한국은 레이스에서 한참 뒤처진 인상이다. 지난해 인간을 달에 보내는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영국,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 8개국이 동참하기로 했지만 한국은 초대받지 못했다.
예산 탓이라지만, 우주탐사에 대한 국가적 비전이 없다는 방증이다. 심우주(深宇宙·달 밖의 우주) 개발의 전단계인 무인 달 궤도선 발사계획조차 다음 정권으로 미뤄진 판이니 말이다.
정부가 우주개발은 그 과정에서 엄청난 '스핀 오프'(파생효과)를 일으키는 지식집약형 산업임을 직시할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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