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같은 현실 못보고 과거에 빠져.." 최진석교수, 여당 초선의원 강연서 질타
2021.04.21 08:11
수정 : 2021.04.21 08: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앞에서 “민주당이 이념·과거에 빠져 생각이 끊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 교수는 전날(20일)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주최 ‘쓴소리 경청’ 공개 강연의 첫 강연자로 나섰다. 베스트셀러 ‘탁월한 사유의 시선’ 저자인 그는 촛불 집회에도 참여한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2018년 이후엔 정부·여당의 정책과 과거사 관련 법안 등을 비판해왔다.
최 교수는 40여명의 초선 의원 앞에서 “당대표에 출마하는 의원(우원식 의원)의 출사표가 ‘친일 잔재 청산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이분들이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패배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 생각이 없으면 현실을 관찰하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최근 반도체 문제 등 현실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보지 않고, 자신이 믿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만 제기하는 것은 생각이 멈춰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 전체가 선악의 구분과 과거에 지배되고 있고, 그 주도권을 민주당이 잡고 있다”며 “과거에 빠지면 전부 역사 속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민주당의 보궐선거 후보 공천과 관련해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것에 부끄러움이 느껴져야 하고 염치가 있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었다’며 정신 승리에 빠졌다”면서 “후보를 안 냈다면 시장직을 뺏긴 대신 존엄을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상대(야당)와 협치할 때까지 국민에게 기다리라고만 하는 게 맞는지 고뇌가 있다”고 하자, 최 교수는 “받아들이지 않을 상대라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 판단”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자기 판단 기준을 그대로 갖고 이 기준에 맞으면 함께하겠다는 것은 말은 협치이지만 우리 편이 되라는 것”이라며 “준비 안 된 상대라는 프레임은 상대를 악으로 보는 것으로, 협치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상종 못 할 사람, 틀린 사람, 잘못된 사람으로 보지 않을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