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드라마 PPL 논란..협찬·광고 없으면 손해 보는 방송사 속사정
2021.04.22 15:52
수정 : 2021.04.22 16: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급증하는 콘텐츠 제작비를 콘텐츠 판매금으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접광고(PPL)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사로부터 제값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관행은 결국 콘텐츠 사업자의 투자 위축을 불러일으켜 K-콘텐츠의 질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제작비 부담 가중, PPL 내몰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5년간 전체 프로그램 제공자(PP)의 콘텐츠 투자비는 연평균 4.5%씩 증가하고 있는 반면, 플랫폼으로부터 지급받은 프로그램 사용료는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광고나 협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방송사의 방송사업 매출 구조를 보면 광고·협찬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상파의 경우 방송사업 전체 매출의 42%, 일반 PP는 59.3%가 광고·협찬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방송사들이 인터넷(IP)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플랫폼사에게 채널과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지급 받는 재송신료(지상파)와 프로그램 사용료(PP) 매출은 지상파의 경우 방송사업 전체 매출의 30.2%, PP는 24.6%에 불과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광고·협찬 매출은 경기에 따라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방송사들의 안정적인 제작비 회수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플랫폼사가 80% 가져간다고?
콘텐츠 사용료가 제작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이유는 플랫폼사의 과도한 제몫 챙기기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플랫폼사는 고객들로부터 받는 채널수신료 요금 중 전체의 적게는 5분의 1, 많아봐야 3분의 1 수준을 PP에게 지급하고 있다. IPTV는 전체 채널수신료의 21.8%만을 프로그램 공급 대가로 PP에게 지급하고 있다. SO는 34.1%, 위성은 30.7%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음원 플랫폼은 실시간 음원 스트리밍 이용료의 35%만을 가져가며 웹툰 플랫폼은 매출의 30~50%를 가져간다. 영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극장은 매출의 50%, 1인 방송 플랫폼의 대명사격인 유튜브는 애드센스 광고료의 45%를 가져간다.
구글플레이스토어의 경우도 개발사들로부터 수수료 30%를 가져가서 뭇매를 맞고 있는데 IPTV는 오히려 80% 가까이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들이 플랫폼으로부터 제작원가 이상의 사용료를 지급받고 있다. 연간 투자비는 339억 달러인데 비해 연간 프로그램 사용료는 415억 달러로 더 높아 광고나 협찬에 목매지 않아도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찬, 광고 없이는 이익을 내기는커녕 제작비도 못 뽑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전향적으로 콘텐츠 투자 비율 개선에 나서야 한다"라며 "방송사는 투자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어려운 구조에서 공격적 투자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