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없다" IOC·日, 도쿄올림픽 개최 '강한 집착'...왜?
2021.04.22 15:23
수정 : 2021.04.22 15:50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도쿄 등지에 긴급사태 선언을 발동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도쿄올림픽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잇따라 내놨다. 일본 정부와 IOC, 양측 모두 석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개최에 '강한 집착'을 내보이고 있는데, '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日정부·IOC, 이구동성 "개최"
바흐 IOC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화상으로 IOC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도쿄를 포함해 3번째 긴급사태를 선포하는 것에 대해 "일본의 골든위크(4월 말~5월초)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사전 대책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도쿄올림픽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스가 총리 역시 지난 20일 긴급사태를 발령하더라도 "도쿄올림픽 개최에는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총리의 인도, 필리핀 방문 일정도 취소한 상태다. 도쿄신문은 스가 총리가 "도쿄올림픽 개최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공정 계약...'파기'는 IOC만 할 수 있어
IOC와 일본 정부가 코로나 확산에도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은 '돈'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행 올림픽 개최 계약상 올림픽 취소 결정은 IOC의 권한이다. 일본 정부나 도쿄도가 측이 먼저 "못하겠다"라며 취소를 들고나올 경우, 일본 측이 올림픽 방송 중계권을 비롯해 대회 취소에 따른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양측이 취소 또는 재연기를 합의할 경우에는 양측이 협상을 통해 비용을 분담하게 된다. 지난해 3월 1년 연기 결정이 그렇게 이뤄졌다.
당시에도 어느 쪽에 더 많이 연기 비용을 부담하느냐를 놓고 양측 간 적지않은 신경전이 오갔다. 바흐 위원장이 1년 연기 결정 직후인 지난해 5월 또다시 재연기설이 나오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을 내년(2021년)에 개최하지 않으면 더 이상 연기는 없으며, 이는 아베 신조 총리가 제안한 것"이라고 쐐기를 박고 나선 것도 추후 있을 책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츠모토 다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변호사)는 최근 아사히신문에 "올림픽 개최 계약서에는 (개최지 측의)개최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도, 불가항력적 상황에 대한 조항도 없다. IOC가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한 일본 측에 개최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투입된 개최 준비 비용에 1년 연기 비용, 해외관중 포기에 따른 티켓수익 포기 및 관광업계 타격도 만만치 않은데, 여기에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을 수 있어 먼저 취소하자는 얘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해외 관중을 받지 않고, 일본 국내 관중을 50%로 제한했을 때 일본 측이 입을 경제적 손실만 1조6258억엔(약 16조8800억원)정도로 추산된다.
IOC와 일본 정부 서로 버티고 있지만, '진실의 순간'은 머지않았다. 5월 하순 바흐 위원장의 도쿄 방문 때 개최 여부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자민당 총재 선거와 중의원 선거, 2개의 선거를 앞두고 있는 스가 총리로서는 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올림픽 개최일이 가까워질수록 일본 국민들의 불안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미 교토, 아이치현, 오사카, 오키나와 등 일본 지자체들은 감염 우려로 인해 올림픽 성화 봉송행사 취소 또는 축소를 요청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