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도 등장한 ‘여성징병’ 청원···靑 응답 후 개정까지 갈까
2021.04.23 11:18
수정 : 2021.04.23 13:02기사원문
23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여성 의무 군복무에 관한 병역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대한민국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남성들로만 머릿수를 채우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병무청은 몸이 불편한 남성들까지도 군대에 보내려고 하고 있다”며 “이러면 군대가 질적으로 괜찮겠나. 건강한 여성들을 군대에 보내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법적 근거도 제시했다. 헌법 제2장 제39조에 규정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문구를 읊었다.
또 작성자는 지난해 10월 KBS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2.8%가 여성징병제 도입에 찬성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는 남녀 간 신체적 차이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여군·여경·여소방관이 있는 이유도 같은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의 요구는 병역법 제1장 총칙 제3조에서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해달라는 것이다.
해당 청원은 다음 달 22일까지 동의자 10만명을 넘어서면 법률안으로 전환돼 소관 상임위인 국방위원회로 제출된다.
■ 몰아친 여성징병 논의...靑, 곧 응답 예정
앞서 여성징병 요구의 물결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띄우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밀어 올렸다.
지난 16일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더욱 효율적인 병(력) 구성을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고 있다.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라고 잘라 말했다. 해당 청원은 동의자 20만명 요건을 채워 청와대는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내야 한다.
실제 이 주장에 찬성표를 던지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인터넷에서 여성징병 논의는 삽시간에 태풍이 됐다. “왜 징병제인데 남자만 가냐”, “임신이랑 군복무랑 같은 선상에 놓지 마라”, “장교는 되고 사병은 안 되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여기에 박 의원이 ‘남녀평등복무제’를 연일 띄우며 가세했다. 40~100일 정도 남녀 모두 군대를 다녀와 예비군으로 편입되고, 현행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자는 게 주장의 뼈대다.
■ 여성징병제 도입, 실제 가능할까
하지만 여성징병제가 수면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 제도에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 꾸준히 여론을 달궜다.
그러다 그해 12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복무할 수 있다’는 병역법 조항이 ‘평등권 침해’라는 헌법소원이 처음 제기됐다. 하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2010년, 2011년, 2014년 유사한 취지의 소원이 제기됐으나,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병역법 개정은 실현 가능할까.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다, 사회적 합의는커녕 갈등만 불붙고 있는 터라 전망은 어둡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도 “지금 단계에서 (답하기) 굉장히 섣부르다. 조심스레 논의를 시작하는 것엔 찬성한다”는 입장을 냈다.
또 여성징병과 병행돼야 하는 모병제 도입도 이르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모병제로 가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실현 가능성 없는 ‘입술 서비스’로 2030 표나 얻어보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젠더 갈등을 통한 주목경쟁, 정치장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국방부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다. 군 당국은 “병역의무 대상과 복무기간, 민방위 편입 등 병역법과 민방위기본법에서 많은 개정 소요가 따를 것”이라며 “여성징병 문제는 소요 병력 충원에 국한되지 않고, 양성 평등 쟁점을 포함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