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파탄 나게 생겼다"…암호화폐 시장 급락에 투자자 '패닉'

      2021.04.23 18:35   수정 : 2021.04.23 19:53기사원문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한 직원이 시황판을 확인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김정현 기자 =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마이너스 수익 인증 게시글과 신세 한탄이 줄을 잇고 있다.



23일 비트코인은 5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오후 5시 58분 기준 비트코인은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전일보다 10.5% 하락한 4만8577달러(약 542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같은 시간 5700만원(업비트 기준)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5%, 지난 일주일보다 28% 하락한 수치다. 다른 주요 암호 화폐도 줄줄이 하락세다.

투자자들은 '곡소리'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결혼을 앞둔 투자자가 이번 급락으로 결혼이 파탄 나게 생겼다며 신세를 한탄했다. 이 투자자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67%로 총 1억1395만원을 잃었다. 메디블록, 도지코인, 리플 등 변동성 높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이 아닌 암호화폐)에 주로 투자했다.

이 투자자는 "결혼 자금으로 부모님이 주신 돈하고 몇 년 동안 모은 돈 전부 다 물려서 진짜 미치겠다"며 "여기서 안 오르면 진짜 결혼이고 뭐고 파탄 나고 끝장이다"라고 한탄했다. 이 투자자는 대출을 비롯해 친구 및 친척들로부터 빌린 돈으로 투자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다른 투자자들도 수억원에서 수천만원대 마이너스 수익을 인증하며 패닉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번 하락에 대해 "3년 전과는 다르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투자자는 "이 정도 하락 폭이면 아직까지는 건강한 조정이라고 생각해 매수할 타이밍을 보고 있다"며 "3년 전과 다르게 기관 투자자들도 들어왔고 한번에 '나락'을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내 투자자들의 반응처럼 실제로 김치 프리미엄은 23일 오전 2~3%대까지 하락했지만 23일 오후 6시 기준 4~5%대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4월 중순까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최근 주요국 정부에서 경고성 메시지를 내면서 하락세를 맞았다.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 조사에 나선다는 소문과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본이득세 최고 세율을 현행 20%에서 39.6%로 올리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쐐기를 박았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세금 우려가 가중되면서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내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은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식 시장과 자본 시장은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가상자산 (투자에) 들어간 분들까지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선 생각이 다르다"며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에 따라 발행되는 유가증권이 아닌데다 실체도 모호하기 때문에 이런 자산에 들어갔다고 정부가 보호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고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일부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2018년 박상기에 이어 2021년 은성수 발언 이후 하락장이 시작됐다"며 "암호화폐는 정부 신호가 정확해 약절(약익절+약손절)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한국 암호화폐계의 은인이다"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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