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배기관을 발전기로 쓴다

      2021.04.27 12:00   수정 : 2021.04.27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자동차 배기관이나 공장 굴뚝을 열전소재로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열전소재로 배기관을 만들면 고온의 가스가 흐르는 배기관 내부와 바깥 온도차이로 전기를 만든다. 연구진은 파이프형 열전발전기가 기존 열전발전기를 파이프에 부착하는 것에 비해 전체 시스템이 매우 단순해지고 추가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신소재공학과 손재성·채한기 교수와 기계공학과 김성엽 교수팀이 열전소재 입자에 금속을 첨가해 3D 프린팅 가능한 고효율 열전 잉크 소재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파이프형 열전발전기는 파이프 내부를 지나는 열원으로부터 열을 직접적으로 전달받기에 열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연구진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파이프형 열전발전기를 만들어 실험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비교 결과 약 500℃의 뜨거운 기체가 흐를 때, 파이프형 열전발전기는 파이프 위에 부착한 열전발전기보다 1.8배 이상 뛰어났다. 또 제조된 열전 발전기의 출력전력밀도는 300℃의 온도 차이에서 154㎽/㎠에 달했다.

손재성 교수는 "기존 열전 발전기는 공정 한계로 직육면체 열전 소재들로 이뤄진 평판 열전 발전기가 대다수"라며 "이번 연구로 가장 흔한 열원인 공장이나 자동차 배기관의 열을 전기로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배기가스 온도인 400~800℃에서 열전성능이 우수한 납-텔루라이드 입자로 열전 잉크 소재를 만들었다. 납-텔루라이드 입자가 글리세롤에 분산된 형태다. 이 잉크 소재는 찰흙처럼 고정된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쉽게 변형할 수 있는 점탄성이 높다. 납-텔루라이드 입자에 금속을 도핑하면 생기는 입자 표면의 정전기가 점탄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입자간 전기적 반발력이 입자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원리다.

개발된 열전 잉크 소재는 점탄성을 띤 잉크 형태로 합성된 뒤에도 성능 저하가 없었다. 제 1저자인 이정수 연구원은 "점탄성 잉크형태로 만들어진 n형과 p형 열전소재의 열전성능지수는 각각 1.2와 1.4로, 벌크상태 열전성능지수와 비슷한 값을 가졌다"며 "유기물 결합제를 이용한 기존 기술과 달리 열전성능 저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납-텔루라이드에 나트륨을 도핑하면 n형 열전소재가, 안티모니를 첨가하면 p형 열전소재가 된다.
n형 열전소재와 p형 열전소재를 전극으로 이어붙이면 전류가 흐른다.

채한기 교수는 "열전소재 분야에 3D 프린팅을 쓴다면 기존 소재가 갖는 여러 한계를 극복 할 수 있다"며 "또 첨가제 없이 잉크에 점탄성을 띠게 할 수 있는 이번 기술은 열전소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UNIST 안상준 교수, 홍재형 박사, 전남대의 이지은 교수, 한국전기연구원의 장정인 연구원이 함께 참여한 이번 연구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지난 15일자로 온라인 공개됐으며, 표지 논문로 선정돼 정식출판을 앞두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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