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19일째, 벨기에 대사 부인의 사과는 없다

      2021.04.27 14:37   수정 : 2021.04.27 16: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주한 벨기에 대사 피터 레스쿠에이 부인 A씨의 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 20일이 다 돼가지만, 가해자의 사과는 찾아볼 수가 없다. 대사관 측이 경찰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만 한국 측에 전달했을 뿐 우리 정부는 정작 피해자에게 향해야 할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27일 기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의류 매장 직원이 폭행당한 지 19일째다.

당시 A씨는 해당 가게를 도로 찾아 직원의 뒤통수를 때리고 자신을 말리는 다른 직원을 밀치며 뺨을 쳤다.

하지만 공식 사과문은 이 일이 있은 지 13일 만에 나왔다.
지난 22일이 돼서야 벨기에 대사관은 ‘벨기에 대사 부인 사건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사과문에는 “지난 4월 9일 벌어진 대사 부인 관련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그의 부인을 대신에 피해자에게 사과드린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뒤늦게 공개된 이 사과문조차 공분을 샀다. 우선 해당 문장의 영어 원본에서는 ‘피해자에게’라는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 ‘want to apologize on her behalf’라고만 적혀있을 뿐이다.

게다가 사과문의 어투도 문제로 지적됐다. 모두 번역체였던 것이다. 통상 사과문에 쓰이는 경어체 대신 ‘반말’을 사용했다. 문제는 이번 사과 직전 올렸던 게시물들은 대개 경어체로 쓰였다는 점이다.

대사 부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의 명의로 된 사과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레스쿠이에 대사가 외교부에 자신의 부인이 지난 23일 퇴원한 사실을 알리며 경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을 뿐이다.

누리꾼들은 지속해 가해 당사자가 직접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친다. “이런 일 해결하라고 정부가 있는 거지,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맞았는데 가만히 있을 거냐”, “이 정도면 추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급기야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이 SNS에서 대신 사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지난 24일 “벨기에 사람으로서 창피한 일이 생겼다.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을 쓰면 안 되고, 대사님의 부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지난 21일 패트릭 엥글베르트 주한 벨기에 대사관 공관 차석을 외교부 청사로 불러 입장을 전달하는 등 향후에도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우리나라에 파견된 외교사절과 그 가족은 면책특권 대상인 탓에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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