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들, 자궁경부암 백신도 맞아요
2021.04.30 04:00
수정 : 2021.04.30 04:00기사원문
WHO는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예방접종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 주간을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예방 접종률 향상과 감염병 퇴치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펼쳐진다.
■'자궁경부암'백신 접종으로 70~90% 예방 가능
암도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WHO는 위험요인 등을 없애면 환자 수가 줄어드는 암을 예방 가능한 암으로 분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가암관리위원회에서 '암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해 예방 가능한 암으로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 등을 정한 바 있다. 이 중 자궁경부암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예방 접종을 통해 70~90%까지 예방이 가능하다.
HPV는 전 세계적으로 자궁경부암 발병원인의 99.7%를 차지한다.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감염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HPV는 200여종으로 이 중 40여종이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 고위험군의 HPV에 지속 감염되면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음경암, 항문암, 구강암, 구인두암 등의 암을 유발하고, 저위험군의 HPV에 지속 감염 시엔 저등급 자궁경부세포이상, 생식기 사마귀, 재발성 호흡기 유두종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남자도 맞는 백신…인식 높아져
최근에는 자궁 없는 남자들도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에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인기리 방영된 드라마 '청춘기록' 속 남자주인공 박보검 배우는 친구들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하는 극중 장면을 촬영하고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HPV 백신의 광고도 남성 모델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HPV 백신을 판매, 유통하는 한국MSD는 HPV백신 가다실9의 광고모델로 방송인 조세호, 유병재를 발탁하기도 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은 남성도 필요한데 드라마, 광고 등 대중 언론에서 남성 접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 HPV 백신이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지며 남성 접종이 저조했지만 최근에는 남성 접종 필요성 인식 높아지면서 접종하러 병의원을 찾는 남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외에 HPV로 인한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국제유두종바이러스협회(IPVS)에 따르면 모든 종류의 암 중에서 5%는 HPV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 없는 HPV 감염 건수 더 많아
지난해부터 질병관리청은 법정감염병 분류를 심각도, 전파력, 격리 수준에 따라 군 체계에서 급 체계로 바꾸고 4급 감염병에 HPV를 포함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임질, 클라미디아감염증, HPV를 포함한 9종의 성매개 감염병 3만8057건이 신고됐는데 이 중 HPV 감염이 1만945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남성'의 HPV 감염 관리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HPV는 감염됐다고 해도 증상이 없어 발견되지 않은 일상 속 '깜깜이' 감염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신고된 건 수 대부분이 여성으로 남성 감염자가 파악되지 않았다.
HPV 관련 질환인 '생식기 사마귀' 발생 통계에서 남성 HPV 감염자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2019 감염병 감시연보'에서는 생식기 사마귀 신고 건 수가 2019년 5984건으로 10년 전인 2009년 1061건 대비 약 6배가 증가했다.
이는 정부에 보고된 건 수만을 의미하며, 실제 환자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교수는 "HPV 백신으로 자궁경부암은 물론 남성도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등 다양한 HPV 관련 질환을 예방효과를 볼 수 있고 파트너에게 감염을 예방할 수 있기에 남성도 HPV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시중에서 선택 가능한 HPV 백신은 2가 백신 '서바릭스', 4가 백신 '가다실', 9가 백신 '가다실9' 총 세 가지다. 가다실9은 2016년 출시돼 현재 사용되고 있는 HPV 백신 중 가장 많은 유형을 커버한다. 가다실9은 만 9~45세 여성에서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예방할 수 있고 만 9~26세 남성에서 항문암, 생식기사마귀, 항문 상피내 종양 1기, 2기 및 3기를 예방할 수 있다. 남성은 산부인과 외에도 비뇨의학과, 가정의학과, 일반 내과 등을 통해 접종이 가능하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