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앗아가는 '보이스피싱'… 처벌 강화 법안은 7개월째 낮잠
2021.04.29 17:58
수정 : 2021.04.29 18:27기사원문
#. 지난달 '보이스피싱으로 고인이 된 오빠의 동생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에 올라온 글도 40대 가장의 안타까운 선택을 전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자영업자 임모씨는 가게가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자 '대출금을 현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말에 속아 현금 1200만원을 보이스피싱 일당에 건넸다. 사기임을 깨달은 임씨는 극단적인 길을 택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에서는 보이스피싱 처벌을 최대 무기징역으로 강화하고, 피해액과 비례해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개정안이 입법 절차를 밟고 있지만 7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보이스피싱 피해, 5년만에 '4배'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총 7000억원으로, 지난해(6398억원)에 비해 9.4% 늘었다.
2016년 총 피해액이 1468억원이었던 것에 비해서는 5년 새 보이스피싱 규모가 4배 이상 늘었다. 기관이나 지인을 사칭하면서 자금 이체를 유도하거나, 코로나19로 인해 대출을 빙자해 선납금을 요구하는 등 사기형태가 다양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인당 피해 규모도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2016년에는 861만원이었던 평균 피해액도 지난해에는 2209만원으로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보이스피싱에 속아 자금을 송금했다면 '통신사기피해 환급법'에 따라 환급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늘고 있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은 환급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데다, 지급정지된 계좌 잔액에 따라 피해액을 전부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률은 48.5%이다. 전년(28.5%) 대비 20%포인트 급증했으나 여전히 절반을 넘지 못했다.
■처벌 강화 법안 지지부진
현재 징역 10년 이하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리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이 2000만원을 넘어선 데 비해 벌금이 최대 1억원에 그치는 것은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이 처벌 수위를 높이는 관련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형벌을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하고, 벌금도 부당 취득한 가액의 최소 2배 이상을 부과하도록 한 법안이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나도록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입법 절차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김 의원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그 수법도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며 "벌칙을 대폭 상향하고 벌금을 반드시 함께 부과하도록 해 범죄 억제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오는 6월 말까지 △전화금융사기 △보험·취업·전세 등 생활사기 △사이버사기 등에 대한 특별단속을 시행 중이다. 경찰은 단속 2개월 만에 보이스피싱 사범 3179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 또는 온라인으로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100% 전화금융사기이니 연락을 즉시 끊어야 한다"라며 "원금이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사기 및 온라인 사기도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