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의 반격 "오비맥주, 너희도 그랬잖아"…경찰에 맞고발
2021.04.30 17:04
수정 : 2021.04.30 17:07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주류업계 홍보물 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무학과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 직원이 자사의 홍보물을 무단으로 훼손하고 법인 차량을 이용해 수거해 갔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주류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음식점 주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이 길어지자 영업 현장의 갈등이 폭발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경쟁사 흠집내기로 '상도의를 벗어났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또한 건전한 주류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업계에 만연한 불공정한 경쟁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오비맥주 선공에 하이트진로 반격
30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 홍보물의 무단철거, 훼손 등을 놓고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선공은 오비맥주로부터 시작됐다. 오비맥주는 홍보물 무단 수거와 관련된 의혹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중간 수사 결과 홍보물을 무단 수거해 간 차량이 하이트진로 법인 차량으로 확인됐다며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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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관계자는 "비슷한 형태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면서 하이트진로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경쟁사 영업방해 행위를 기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경찰 수사를 통해 경위가 밝혀진 만큼 불필요한 행위들이 발본색원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선공에 하이트진로는 하루만에 반격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경쟁사 오비맥주가 자사의 홍보물을 훼손하는 사례가 수차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28일 경기도 안양시 범계역에 위치한 업소에 설치돼 있던 자사의 LED 맥주 홍보물이 훼손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업주 동의를 받아 식당 건물 CCTV 확인 결과 경쟁사 오비맥주 담당 직원이 훼손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에도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 부착된 하이트진로의 맞춤형 홍보물을 오비맥주 직원이 훼손하는 장면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자사가 제작한 맞춤형 홍보물 훼손 사건은 이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하이트진로의 입장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날도 오비맥주 직원이 자사의 홍보물을 무단으로 훼손하고 '한맥'의 홍보물을 붙였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가 공개한 영상에는 한맥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이 하이트진로의 '진로' 포스터를 뜯어내고 한맥 홍보물을 붙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같은 다양한 증거들을 경찰에 제출, 수사를 의뢰한다는 입장이다. 홍보물을 훼손하고 이를 무단으로 철거하는 것도 사유재산을 동의없이 손괴하는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회사차원에서 광고물 관리 및 영업 활동에 대한 관리,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모든 영업사원들이 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준법경영, 정도경영에 좀 더 세심한 관심과 노력을 다할 것이지만 이번에 확인된 경쟁사의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를 진행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반박에 오비맥주 재반박
오비맥주는 이러한 활동들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글로벌 회사인 만큼 내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일체의 영업방해 행위를 못하도록 규정돼 있고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가 주장하는 홍보물의 교체는 업주 동의를 받은 뒤 이뤄진 것이며 이러한 절차를 어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홍보물을 부착하는 것은 기본적인 영업행위로 하이트진로가 이를 영업방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넌센스'이자 '무고'에 해당한다"며 "단 한건의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자신하고 사법기관 수사를 통해 진위가 명백히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