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 탄생 100주년 맞은 김수영 시인 등 8인 재조명
2021.05.03 11:56
수정 : 2021.05.03 11: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921년에 태어난 문학인들은 피식민지 국민으로 태어나 만주사변과 뒤이은 태평양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성장했고, 장년기에는 8.15해방과 한국전쟁을 온몸으로 감당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격변의 세월로 허송했기에 이들의 문학 활동은 다른 세대 작가들보다 늦게 시작됐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시민의 탄생, 사랑의 언어”를 대주제로 ‘2021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개최한다.
3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경영임원은 “2001년부터 매년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한국 문인들을 재조명해 온 이번 문학제는 1921년생 문학인들 가운데 김광식, 김수영, 김종삼, 류주현, 박태진, 이병주, 장용학, 조병화 등 8인을 대상작가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는 13일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문학의 밤 및 각종 부대행사를 개최한다.
1921년생 작가들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는 긴 학습의 시간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장용학과 이병주는 학병에 징집되고, 김광식과 김수영은 학병을 피해 만주로 도피하였다. 이러한 고난의 시간을 보낸 뒤 이들은 작가의 길로 나서게 되는데, 그 시기는 1945년부터 1960년대에 걸쳐있다.
등단이 가장 빠른 김수영은 1945년 ‘예술부락’에 시 ‘묘정의 노래’를 발표한 뒤 김경린·박인환 등과 함께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하면서 문단에 이름을 올렸고, 장용학은 1949년 연합신문에 ‘희화’를 연재한 뒤 1950년 단편 ‘지동설’로 ‘문예’지의 추천을 받아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류주현은 1948년 ‘백민’에 ‘번요(煩擾)’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으며, 박태진은 1948년 연합신문에 ‘신개지에서’를 발표하면서, 조병화는 19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발간하면서 각각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김종삼은 6.25전쟁 중 피난지 대구에서 ‘원정(園丁)’과 ‘돌각담’을 발표했고, 김광식은 1954년 ‘사상계’에 단편 ‘환상곡’을, 이병주는 1965년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세대’지에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전후 1950년대에서 60년대에 걸쳐있는 이들의 문학은 전쟁과 분단, 민족문제, 시민사회 건설, 자본주의적 근대화 등에 대한 탐구로 나타났다. 전쟁은 한순간에 자신이 처한 삶의 뿌리를 빼앗아 정신적 아노미 상태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작가들은 대상과 주체, 사회와 개인을 조망할 언어를 상실했다.
4.19혁명은 학병체험과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성찰과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4.19로 인해 가능해진 자유의식의 고취와 시민사회 형성의 제반 여건을 통해서 이들은 죄의식의 속박에서 탈출해 스스로를 역사적 책임감을 갖는 주체로 정립하게 된다.
그 방식은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데, 총괄하자면 ‘시민의 탄생’과 ‘새로운 문학 양식의 탄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주제를 ‘시민의 탄생, 사랑의 언어’로 정했다.
이번 문학제에서는 이들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고 한국문학의 내일을 논하기 위해 △심포지엄을 13일 오전 10시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개최하고 △문학의 밤을 14일 오후 7시 전태일기념관 2층 공연장 울림터에서 대상문인들의 작품을 낭독하는 무대를 꾸며 선보인다. 행사는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다.
이어 부대행사로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전과 한국시학회와 공동개최하는 △탄생 100주년 시인 기념 학술대회(6월 26일 고려대학교), 한국현대소설학회와 공동개최하는 △학술대회 ‘장용학, 이병주, 류주현, 김광식 문학의 재조명’(11월 27일 서울대학교) 등 다양한 작가별 행사를 연중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류주현, 장용학, 조병화의 유가족들이 아버지로서의 작가들의 모습을 회고한 글 ‘나의 아버지’를 계간지 ‘대산문화’ 2021년 여름호에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심포지엄 발제문, 토론문, 작가 및 작품 연보를 엮은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논문집을 발간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심포지엄 세션별 청중 수를 30명 이내로 제한하여 진행하고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문학의 밤은 무관객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