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전 집에서 사라진 딸…"구박받고 살진 않는지"

      2021.05.03 14:47   수정 : 2021.05.03 14: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소희를 잃고 가족사진을 찍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이제는 돌아왔으면 해요."
32년이 지나도록 어머니 이자우씨(62)는 딸을 잃은 그 날을 잊지 못한다. 물 한 잔을 얻어마셨던 한 여성은 딸을 안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3일 경찰청과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 등에 따르면 한소희양(33, 실종 당시 1세)은 1989년 5월 18일 경기 수원시 남창동 집에서 사라졌다.



그날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진영이 엄마 계시냐'면서 현관문을 두드리며 이씨의 집을 찾아왔다. 이씨는 '진영이 엄마가 누군지 모른다'고 답하자, 여성은 물 한 잔만 달라고 했다.


이어 보행기에 앉아 놀고 있는 소희에게 관심을 보이며 '나도 이만한 아이가 있는데 참 예쁘다'고 말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가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잠깐 사이에 이 여성은 소희를 데리고 사라졌다. 이씨는 남편에게 전화하고, 파출소에 바로 신고했지만 소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주변 이웃들은 한 여성과 소희가 집 밖을 나서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며 "그 여자가 내 신발을 신고 가길래, 친척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이씨 가족은 소희 찾기에 몰두했다. 전단지를 돌리며 방송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딸을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이씨는 "한동안 '애 잃어버린 여자'라는 자책감에, 주변 사람들도 손가락질하는 것처럼 느껴져 고개도 못 들고 다녔다"고 오열했다.

이제 이씨는 주변에 소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한다. 그렇게 해야 딸이 돌아와 재회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는 "어디서 구박받고 살지는 않았는지 걱정 뿐"이라면서 "소희를 만나게 되면 먼저 '미안하다'라는 말과 함께 어릴 때 입었던 옷과 가장 좋아했던 곰인형을 주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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