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유산' 3000억 소아암 지원 약속 지켰다

      2021.05.03 18:00   수정 : 2021.05.03 18:00기사원문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1조원이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지 지원 사업을 위해 서울대학병원에 기부됐다. 이 회장의 유족 측과 서울대병원은 3일 오후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사업' 기부약정식을 가졌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기부사업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으로 명명하기로 결정하고 유가족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병원은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을 사업단장으로 임명했으며, 향후 서울대는 물론 전국 어린이병원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두고 사업을 운영키로 했다. 사업단은 오는 9월까지 사업 추진체계를 구축한 후 11월부터는 1차년도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우리나라 어린이의 희귀질환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고 이건희 회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기부를 한국 소아암 희귀질환 환아들을 치료하는 전무후무한 '의료 플랫폼'으로 구축해 기부자의 큰 뜻을 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유족을 대신해 기부 약정식에 참석한 성인희 사장은 "기업도 사회도, 경제도 그리고 경영도, 모두 사람에서 시작하고,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인본주의'가 고 이건희 회장이 품었던 경영철학의 근본이었다"며 "생사의 위기에 있는 어린이 환자들을 한 명, 두 명 살려낼 수만 있다면 일백억원, 일천억원의 돈이 아깝지 않다는 것이 이 회장의 철학이었으며 지금 유가족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유족들은 지난달 28일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유족들의 기부금은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약 1만 7000여명의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에 쓰이게 되며,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지난달 이 회장의 유족들이 기부한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을 위한 7000억원에 대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과 함께 운용할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삼성기부금의 운용에 관한 모든 권한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새로 구성되는 특별위원회에 이관되고 해당 기금은 특별위원회에서 관리된다. 특별위원회에는 기부자인 삼성은 참여하지 않는다.


정기현 의료원장은 이날 "삼성의 기부는 그동안 공공보건의료의 기틀 마련에 미적대고 주저해온 모두에게 경종이 돼야 한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은 기부자의 큰 뜻을 받아 대한민국 공공보건의료 체계의 중추로서 완전히 새로운 의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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