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환경청, 에어컨·냉장고 냉매 대규모 규제 착수

      2021.05.04 02:56   수정 : 2021.05.04 02: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환경청(EPA)이 3일(이하 현지시간) 에어컨·냉장고 등에 쓰이는 냉매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를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PA는 에어컨과 냉장고에 냉매로 쓰이는 수소불화탄소(HFC)를 앞으로 15년간 서서히 줄여 85% 감축키로 했다.

EPA는 HFC를 85% 감축하면 2022~2050년 기간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47억톤 줄이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발전소들이 3년간 CO2를 내뿜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마이클 리건 EPA청장은 "HFC는 이산화탄소보다 수백배에서 수천배 더 강력하게 지구온난화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이를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은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EPA는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해 법안 통과로 미 환경청에 HFC 배출을 줄이도록 한 바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규제완화 속에 환경규제를 대규모로 완화했고, HFC 배출 감축 법안 실행도 중단시켰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 기후위기를 정책 최우선 과제를 내세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50% 이상 줄이겠다고 약속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 기후협약에도 재가입했다.

지난해 의회가 HFC 규제 법안을 통과시킨 뒤 일부 주가 이 방침을 이미 따르고 있지만 EPA의 이날 선언으로 이제 미 연방 전체에서 이 규정이 시행된다.

HFC는 냉장고, 에어컨, 건물 단열재, 화재진압 시스템, 에어로졸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소재로 지구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화불화탄소(CFC)를 대신해 최근 수십년간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1987년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CFC는 퇴출됐고, 그 대안으로 HFC가 떠올랐지만 그 역시 온실가스 물질로 분류돼 그동안 압박을 받아왔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2016년 르완다의 키갈리에서 2019년부터는 HFC를 서서히 줄여나간다는 국제협약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이 협약을 송부하지 않아 상원 비준이 불발됐다.

EPA는 이날 HFC 배출 감축 실행을 선언하면서 전세계적으로 HFC가 퇴출되면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0.5℃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책임지는 존 케리 기후특사와 지나 매카시 백악관 기후보좌관은 2016년 키갈리 협정에 참여해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키갈리 협약 의회비준을 추진 중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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