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이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오늘 '불가리스 사태' 대국민 사과

      2021.05.04 06:23   수정 : 2021.05.04 08:35기사원문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남양유업 본사와 연구소에 대해 지난 4월 30일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2021.4.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불가리스가 진열되어 있다. 2021.4.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직원들이 지난 4월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이 담긴 박스를 옮기고 있다.

경찰은 이날 남양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남양유업 본사와 연구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2021.4.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회견을 연다.


싸늘한 소비자 여론과 불매운동은 물론 식약처 고발, 경찰 압수수색 등 전방위 압박이 계속되자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이며 사태 진화에 나서는 것이다.

홍 회장의 입장 발표는 불가리스 사태 발생 22일 만이자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는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 이후 7년 만이다. 홍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는 만큼 악화된 여론을 돌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불가리스 사태 발생 22일만의 사과

홍 회장은 이날(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입장을 발표한다. 홍 회장은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취지의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홍보한 것에 대해 고개 숙일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엔 경영진 교체 등 남양유업 쇄신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한 이광범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전반의 물갈이도 예견된다.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날 것"이라고 사의를 전한 상황이다. 홍 회장 장남이자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인 홍진석 상무는 이미 회삿돈 유용 등의 이유로 보직해임 됐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와 충남대 수의학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은 원숭이 폐 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에 불가리스가 함유한 특정 유산균이 바이러스 활성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공개하며 "불가리스 섭취 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소하고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최종 단계인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곧바로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불가리스 생산공장이 있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는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부과가 사전통보됐다.

주식시장까지 요동쳤다. 심포지엄 직후 1년(52주) 최고가인 48만90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가 36만원대로 가격이 떨어지는 등 급등락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결과를 성급히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식약처 고발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남양유업 본사,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연구기록과 홍보자료 등을 수거해 갔다.

◇1차 사과문 발표에도 싸늘한 여론

논란이 확산하자 남양유업은 앞서 지난달 16일 1차 사과문을 냈다. "해당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여론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지 않으며, 거리두기가 장기화돼 사회적 피로도가 쌓인 가운데 일부 성과를 부풀려 부당한 방식으로 마케팅·홍보해 이득을 챙기려 했단 시선이 우세하다.

여론 악화로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대리점주들은 단체 행동도 예고했다.
전국대리점주협회는 지난달 29일 이 대표 퇴진과 대리점 정상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국 모든 대리점이 주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본사 측에 전달했다.


대리점주 등은 홍 회장 사과에 대리점주를 위한 대책 등이 포함되는지 등을 살피면서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겠단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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