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폭탄
2021.05.04 18:27
수정 : 2021.05.04 18:27기사원문
문자폭탄을 둘러싼 여권 내 시비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도 그랬다. 당시 안희정 후보 캠프 측의 문제 제기로 이슈화되자 문재인 후보는 "경선을 흥미롭게 만든 양념"이라고 눙쳤다. 이후 여권 주류는 강성 '문빠'들의 행태에 대체로 포용적 태도를 보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에너지원"이라고 했고, 이번 대표 경선에 나왔던 홍영표 의원도 "당의 역동성"이라고 대놓고 옹호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의 '오버'에 대한 당내 우려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민심과 유리돼 자칫 다음 대선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4·7 재보선 뒤 그런 조짐이 나타났다. 반성문을 써 쇄신을 요구했던 초선 의원 5명은 결국 꼬리를 내렸다. '배신자'니 '초선 5적'이니 하는 집단 문자폭탄을 받고서다. 문자폭탄을 보낼 정도로 열성적인 친문 인사의 규모를 놓고 여당 내에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비주류 측에선 2000~3000명 정도로 보고, 주류에선 그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분명한 건 이들의 큰 목소리가 당심(黨心)을 좌지우지한다면 여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이다. 자신과 다른 견해를 내면 좌표를 찍어 무더기 악플을 달거나, 심지어 수천개의 막말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이를 견딜 의원들이 얼마나 되겠나. 이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민주적 당론 형성이 어려워질 게 뻔하다.
그렇게 해서 중도층을 아우르는 다수 국민과 괴리가 생긴다면? 집단괴롭힘이나 다를 바 없는 문자폭탄 세례는 여권 전체로 보면 결국 자해행위가 될 수밖에 없을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