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고관절 골절 노리는 '침묵의 질환'

      2021.05.07 04:00   수정 : 2021.05.07 09:26기사원문
맞벌이인 딸 부부를 대신해 손주(4세)의 등하원을 도와주고 있는 60대 중반 여성 강씨는 최근 욕실에서 살짝 미끄러졌는데 척추가 골절됐다. 50대 후반에 골다공증 진단을 받긴 했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는데, 그 동안 꾸준히 약해진 뼈가 사소한 일상의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은퇴한 남편과 함께 연금으로 생활하며 수 년 전 고관절 골절을 겪은 후 요양기관에 입소한 시모의 입원비까지 납부 중인 강씨에게 예상치 못한 골절 수술·입원비 지출은 큰 부담이다.

게다가 딸 부부는 강씨가 수술을 받는 동안 등하원 도우미를 새로 들여야 하는 상황. 방치한 골다공증이 3대 가족에게 수 백만원의 치료비-간병비 '연쇄'로 이어질 줄 몰랐던 강씨는 가족들 걱정에 항상 마음이 무겁다.

■'골다공증' 방치하면 치료비·간병부담 폭탄

지난 3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골다공증 골절이 발생한 환자들은 생산활동은 물론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돌봄 노동과 관련한 추가적인 생산성 손실이 환자 가족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실제로 고관절 골절 환자 5명 중 3명은 비공식 간병인(환자 가족)으로부터 돌봄을 받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골다공증 환자들은 다른 만성질환(당뇨병, 심장병, 우울증 등)을 동반한다. 적어도 하나의 다른 만성질환을 가진 골다공증 환자는 골다공증 없이 질환을 관리하는 것보다 최대 23% 더 많은 의료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골다공증 골절의 질병 부담은 뇌졸중보다 컸다. 특정 질환으로 기대수명에서 잃게 되는 건강수명을 나타내는 지표인 장애보정생존년수 연구 결과를 보면, 50세 이상 인구 1000명당 골다공증 골절의 장애보정생존년수는 21년이다. 뇌졸중(인구 1000명당 14년)보다 질병 부담이 약 1.5배 더 높다. 장애보정생존년수는 높을수록 질병으로 인한 경제 부담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씨의 사례처럼 골다공증은 질환이 진행되는 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진단 및 치료를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높은 확률로 골절로 이어지게 된다. 골다공증을 방치하면 전 세계적으로 50세 이상 여성 가운데 3명 중 1명, 남성 5명 중 1명이 골다공증 골절을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목표는 건강수명 연장이다.(2018년 70.4세→ 2030년 73.3세).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골다공증 골절'처럼 장애보정생존년수 상의 질병부담이 높은 질환을 중심으로 한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골다공증 골절의 장애보정생존년수(1000명당)는 골절 부위별로 △척추(31.7년) △고관절(25년) △손목 골절(10.4년)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골다공증 골절의 질병 부담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았다.

■'지속적인 골절 예방 치료'가 해답

골절을 막기 위해서는 골다공증 단계에서 골밀도가 낮아지지 않도록 꾸준하게 골절 예방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골다공증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골밀도가 일정 수준(T-score -2.5)보다 높아지면 급여를 중단하도록 되어 있어 골절 예방 치료에 제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골다공증 진단이 되는 T-score -2.5이하는 일반적으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치료를 하는 도중 T-score가 -2.5이상이 됐다고 해서 골절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특정 골밀도(T-score -2.5)를 치료 중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 이에 골밀도도 혈압·혈당과 마찬가지로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치료 현실에 맞게 골다공증 치료제에도 지속적인 보험급여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다공증 치료제 중에는 10년의 장기 임상 데이터를 통해 계속적인 골밀도 유지 및 개선 효과를 보이면서, 6개월에 한 번 피하주사만으로 골절 예방 효과를 나타낸 치료 옵션이 등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치료 데이터와 투약 편의성 모두를 갖춘 치료제가 존재하는 만큼, 국내 보험급여 환경을 치료 옵션의 발전 상황에 맞게 개선해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골절 예방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약제 급여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전선병원 정형외과 이봉주 과장은 "골밀도(T-score) 수치는 골다공증 치료의 시작점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치료 중에 골밀도 높아진다고 해도 골절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급여 기준은 골밀도가 -2.5가 되면 치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치료 시 우수한 임상적 이점을 확인한 치료 옵션의 경우, 지속치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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