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이어폰 쓰고 외이도염 걸렸어요" …애플부터 시작된 염증논란, 왜?
2021.05.08 09:10
수정 : 2021.05.08 09:14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1월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탑재하고 선보인 인이어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 프로 사용자들로부터 '외이도염에 감염됐다'는 불만이 제기돼 논란이다.
귀의 입구부터 고막에 이르는 외이도가 세균에 감염돼 염증이 발생하는 외이도염. 현재 이같은 외이도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외이도염을 유발한 원인들에 대해 짚어봤다.
◇실리콘 팁이 문제일까?…삼성 "유해물질 없는 것으로 판정받아"
'귀 주변이 자꾸 가렵고 진물이 났다'는 한 이용자는 삼성전자 기기 사용자 커뮤니티인 삼성멤버스에 갤럭시버즈 프로의 이어팁을 테스트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이용자는 갤럭시버즈를 팔뚝에 테이프로 붙여놨다가 5~6시간 후 떼어냈다며 "3일 정도 지나고 나니 이어팁을 붙였던 자리가 빨갛게 변하며 물집이 잡혔고, 4일째가 되니 수포가 늘어났다"고 주장하며 "삼성에서 이어팁에 해로운 성분이나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른 이용자들 역시 '갤럭시버즈 프로를 사용하다 가려움증이 있어 정품 이어팁을 다른 이어팁으로 교체했더니 증상이 사라졌다'며 실리콘 팁 등의 재질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출시 전에 이뤄진 공식 기관 테스트에서는 유해물질이 없는 것으로 판정을 받았다"며 갤럭시버즈 프로 및 이어팁의 재질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인이어 이어폰 구조 자체가 귀 안쪽 습·온도 높일 수도
외이도염 문제는 귓구멍으로 실리콘 이어팁을 넣어야하는 인이어 이어폰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어폰은 크게 귓바퀴에 걸치고 귓구멍 안까지 들어가지 않는 '오픈형' 이어폰과 귀 속으로 넣는 '인이어'(커널형) 이어폰으로 나뉜다. Δ에어팟 Δ에어팟2 Δ갤럭시버즈 라이브 등은 오픈형 이어폰, Δ갤럭시버즈 Δ갤럭시버즈+ Δ갤럭시버즈 프로 Δ에어팟 프로는 인이어 이어폰으로 분류된다.
이 중 인이어 이어폰의 경우, 귓구멍을 막기 때문에 외부 소음을 차단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이어폰들의 경우 인이어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 주파수로 소음을 차단하는 '액티브 노이즈캔슬링'(ANC)뿐 아니라 물리적인 차폐를 통한 '패시브 노이즈캔슬링'(PNC)으로 소음 차단 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인이어 이어폰의 형태는 위생적인 부분에서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어팁이 귓구멍을 막기 때문에 공기가 통하지 않고, 귀 안쪽의 습도나 온도를 높여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외이도염 이슈, 삼성 갤버즈 프로만?…"애플 에어팟 프로도"
실제로 이같은 '외이도염' 이슈는 귓구멍 안쪽으로 이어팁을 넣는 인이어 타입 이어폰 중 갤럭시버즈 프로만 겪은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9년 출시된 애플의 인이어 노이즈캔슬링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 역시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외이도염 및 알러지 이슈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다 외이도염 진단을 받았다는 사용자들 역시 이번 갤럭시버즈 프로 이용자들처럼 '에어팟 프로를 착용했다가 귀에서 진물이 나고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에어팟 프로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
◇인이어가 문제?…바뀐 디자인, 노이즈캔슬링 기능 등도 원인일 가능성
그러나 '인이어 이어폰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갤럭시버즈나 갤럭시버즈+ 등 다른 인이어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가 기기를 갤럭시버즈 프로나 에어팟 프로로 바꾼 뒤 문제가 생겼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제품의 '디자인'이나 '노이즈캔슬링' 기능 역시 문제를 일으킨 요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갤럭시버즈 프로의 경우, 6.5㎜의 트위터, 11㎜의 우퍼로 구성된 '2-way 드라이버'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전작보다 음질이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부피가 커져 귓구멍 쪽에 닿는 부분이 불룩한 형태를 취하게 됐다. 귓구멍 쪽 피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또 문제가 된 제품들이 이어폰 유닛이 귀에 제대로 밀착돼야 효과가 극대화되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지원하는만큼, 사용자들이 차음을 위해 실리콘 이어팁을 완전히 밀착되도록 이리저리 움직이는 과정에서 외이도를 자극해 피부 손상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구조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서비스 "다른 경쟁사 제품도…환기·소독 후 사용해달라"
이용자의 과도한 이용 습관도 문제로 꼽힌다. 이어폰을 하루 종일, 심지어 잘때도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적지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삼성전자 서비스에서는 외이도염 감염 문의에 대해 "문의하신 커널형 이어폰은 버즈 프로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경쟁사 제품도 장시간 귀에 꽂은채 사용할 경우 귀 내부의 압력과 땀으로 인한 습도 상승 등의 원인으로 피부염증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커널형 이어폰 사용시 염증 등 피부 질환이 발생하게 되면 즉시 제품 사용을 중단해주시고, 장시간 동안 제품을 귀에 꽂은채 사용하는 것도 삼가달라"며 "제품 사용 시 귓속 습도가 낮아질 수 있도록 틈틈이 환기해 주시고, 사용하고 계신 이어팁과 제품도 주기적으로 깨끗하게 청소(소독)한 후 사용해 주셔야 접촉석 피부염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안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