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서만 십만장”···‘정인이 사건’ 선고 앞두고 애타는 시민들

      2021.05.10 15:01   수정 : 2021.05.10 15: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남부지방법원에는 하루에도 수백장의 진정서가 날아들고 있다. 불과 16개월 된 정인 양을 잔혹하게 학대해 사망케 한 양부모를 엄벌해 달라는 애끓는 요청이 담겼다. 양모 장씨에게 법정최고형(사형)을 내리고, 7년6개월 구형에 그친 양부 안씨에게도 살인방조죄를 적용해 공동정범으로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선고일은 오는 14일로, 단 4일 남았다.

날아드는 수만장 진정서..안 보는 법원
10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남부지법에 정인 양 사건 관련 접수를 확인한 외국인 진정서만 2만4000장이 훌쩍 넘는다.
중국, 인도네시아, 홍콩,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이메일로 보내온 것을 정인 양 추모 운동을 이끌어온 배문상씨(50)가 출력해 법원에 접수했다. 협외 이외 단체나 개인, 국내 접수 건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십만 장에 이를 것이라는 게 협회 추산이다.

하지만 남부지법은 지난 1월 이미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유·무죄 판단 전까지는 진정서를 보지 않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방대한 양으로 인해 법원은 진정서 내용의 시스템 입력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은 “전산 입력은 하지 않고, 편철해 별책으로 분류·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민들은 이들 진정서가 혹여 ‘휴지 조각’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모와 양부에게 구형을 밑도는 형량이 내려질까 하는 걱정이 크다.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정인이가 편히 잠들게 해 달라”, “제2의 정인이가 생기지 않게 세상을 바꿔 달라”는 글을 꾹꾹 눌러써 보내는 일이다. 해외 국민들도 삐뚤빼뚤한 글씨로 한자한자 적어 보내고 있다.

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는 “선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사건이 잊힐까 두렵다”며 “시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셔야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심판이 내려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들 가해자가 제출한 반성문이 양형에 영향력을 미칠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양모는 여태 최소 6장, 양부는 4장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배씨는 “진정서도 양형에 반영할 게 아니면 반성문을 감형 사유로 삼아선 안 된다”라며 “외국인들이 이 같이 경악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한국의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 재판부는 이번 기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 구형대로 선고될까
앞서 검찰은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모 장씨에게 사형을, 양부에게는 징역 7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들 가해자는 지난해 1월 정인 양을 입양해 그해 6월부터 10월까지 지속적으로 학대해왔다. 사망 당일에는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달 7일 열린 5차 공판에서 이정빈 가천대 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제출한 감정서에 따르면 정인 양은 숨을 거두기 전 적어도 2번 이상 발로 밟혀 췌장이 절단됐다.

이 교수는 “(만약 아이가 넘어졌다면) 넘어질 때 반사적으로 팔이 바닥을 짚기 때문에 췌장이 잘리거나 장간막이 파열되기 어렵다”며 “머리, 얼굴, 전신에 걸쳐 멍과 여러 골절이 발견된다. 넘어져 손상되긴 어렵고 일부는 고의성이 보인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14일 결심공판에서는 양모와 양부가 주고받은 충격적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정인 양을 “귀찮은 X”이라고 칭하는가 하면 “안 쳐 먹네”, “온종일 굶겨봐” 등의 말이 오갔다.

특히 장씨가 지난해 9월 4일 아이가 소파에 녹즙을 흘렸다며 안씨에게 보낸 “환장한다 진짜. 녹즙, 소파에서 쳐 마시다가 쳐 흘려서 사이로 다 들어가서 졸빡침(매우 화남)”, “화내고, 목이 아플 정도로 너무 소리쳐서 때리는 건 참았다”는 메시지 내용도 드러나 공분이 일었다.

검찰은 이날 “장씨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다”며 “죄책감, 피해자를 잃은 고통의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짚었다.
또 “(장씨의) 성격적 특성에 비춰보더라도 피해자의 신체적 완전성을 무시하고 사망의 결과까지 용인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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