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공기업 손실 눈덩이… 강원랜드 2759억 적자

      2021.05.10 19:39   수정 : 2021.05.10 19:39기사원문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기업도 지난해 코로나19 피해 칼날을 비켜가지 못했다. 지난해 다수 공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가운데 여행·레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곳의 피해가 컸다.

일부 공기업은 지난해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악의 혹한기 경영상황 속에서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이를 고려하기로 한 배경이다.


■코로나에 공기업 무더기 적자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36개 공기업 중 11곳의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가장 타격이 큰 공기업은 카지노기업인 강원랜드다. 2019년 당기순이익 3347억원을 기록했던 강원랜드는 지난해 휴업과 시간제한 등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으면서 당기순손실 2759억원을 냈다. 이 외에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그랜드코리아레저(724억원→-643억원)를 비롯해 한국마사회(1449억원→-4368억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110억원→-1286억원), 인천국제공항공사(8634억원→-4229억원), 한국공항공사(188억원→-1487억원), 에스알(184억원→-391억원) 등의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객수송이나 사행산업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휴업조치 등으로 영업일이 줄며 매출이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간 이어지면서 강원랜드는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말 전체 직원 3600여명 가운데 50%가 넘는 1900여명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단행했다. 카지노는 지난해 휴장, 부분개장 등을 반복해 정상영업일수가 53일에 불과하다.

마권발매 수익금이 매출의 대다수인 마사회도 마찬가지다. 마사회는 비상경영을 통해 올해 운영예산을 전년 대비 약 15% 감축하기로 했다. 약 555억원이다. 특히 핵심항목인 경마상금을 30% 줄인 1630억원으로 편성했다.

마사회는 지난해 9월부터 이미 전 직원 대상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월급의 절반을 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신규 인력채용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 마사회의 인력은 전년 대비 198명 줄어들었다. 일부 직원이 정년퇴직이나 자진퇴사하면서 발생한 자연감소분이다.

■경영평가, 성과급·기관장 거취 지표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공공기관에 대해 휴업일수 등을 실적에 계산하지 않기로 하면서 피해 공기업은 최악의 경영평가는 피한 모양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 보정 소식을 듣고 최소한 경영평가에서 큰 화를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막상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보정되는지 알 수 없어 결과를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있어 경영평가는 임직원 급여와 기관장의 자리보전이 달린 중요한 이슈다. 경영평가는 S등급을 비롯해 A~E등급까지 총 6등급으로 구분된다. 공기업 직원들은 종합평가 S등급(탁월)을 받으면 월기본급의 125%를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다. A~C등급까지 성과급은 월기본급의 50~100%다. D~E등급은 성과급이 없다.

공기업 기관장도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 성과급은 종합평가 등급에 따라 전년도 기본연봉의 24~60%로 구성된다. 기관장 역시 D~E등급을 받을 경우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

이는 단순 성과급에 그치지 않는다. 경영평가 D등급 이하를 받은 기관장은 경고조치를 받는다.
경고조치를 두번 연속 받으면 해임건의 대상이 된다. 경영평가가 공공기관 수장의 임기를 좌우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공기업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전 직원의 성과급과 관련된 예민한 부분"이라며 "특히 직원들의 노력과 관계없이 큰 적자를 기록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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