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국민 의견 충분히 듣고 판단할 것" 여지는 남겼다

      2021.05.10 19:42   수정 : 2021.05.10 19:42기사원문
재계를 중심으로 반도체 위기론을 배경으로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정치권과 경제계 등에서 제기되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에 대해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특히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견도 많이 듣고 있다.

경제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들을 많이 보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에 대해 진일보한 자세를 보이자 법조계에서도 실제 사면을 단행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 사면 단행은 삼성 합병 의혹으로 1심 재판 중인 이 부회장에게 큰 실익은 없다는 점에서 국민 통합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형평성, 과거의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권한이라 하지만 대통이 결코 맘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법조계는 대체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관련, 1심 재판을 받고 있어 형 확정을 전제로 한 사면의 실익이 크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최건 대한법조인협회 회장은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한다면 아마도 실형이 확정된 국정농단 건에 대해 사면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코로나 백신 확보를 위한 이 부회장의 역할을 기대하고 보수층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며 "그러나 현재 분식회계 재판이 진행 중이고, 이 건에 대해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의도했던 바를 달성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 승계 문제는 법률적인 문제라 따져봐야겠지만 국정농단 사건은 사실 정치적인 문제"라면서 "사면이 단행된다면 확정된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살고 있는 이 부회장으로선 불구속 상태에서 삼성 합병 사건 재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실익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반도체 문제가 국가적 과제니 분발해 달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그간 재계 주요 인사에 대해 사면이 이뤄진 선례는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건희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8월 배임·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확정받았다가 4개월 만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단독사면을 받았다.
이 부회장의 사촌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재상고했다가 이듬해 재상고 포기로 형이 확정된 직후 특별사면을 받았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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