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난줄 알았는데…노점상 부부 '로또 1등' 비극

      2021.05.11 07:01   수정 : 2021.05.11 13:44기사원문
© News1 DB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로또 1등의 가족은 어떤 기분이 들까. 더욱이 A씨(53·여)는 노점상을 운영하며 근근이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여섯 살 많은 남편이 있었다. 2019년 1월 남편 B씨가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첨금은 7억8000만원. A씨의 고생은 끝이 나고 부부의 행복이 시작됐을까.

그러나 B씨는 당첨금 수령 후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착은 모든 갈등의 촉매제다.
B씨는 A씨를 무시하고 그에게 지속적으로 폭언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어머니를 공경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로또 당첨 후 11개월간 억눌렸던 A씨의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2019년 12월 결국 사달이 난다. 남편이 자신과 상의도 없이 대출 받아 경남 창녕군의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이성을 잃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집안에서 말다툼을 벌였고 격분한 B씨가 둔기를 가져와 A씨를 위협했다.

A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B씨에게서 둔기를 빼앗아 휘둘렀고 B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B씨는 "살려달라"고 했으나 A씨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B씨는 의식을 잃었지만 A씨의 분풀이는 이어졌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이 응급 조치를 하고 있는데도 A씨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내가 너 때문에 1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다 XX버릴거야", "나 건들지 마라" 그는 살기 어린 발언을 쏟아냈다.

남편은 숨졌고 아내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쟁점은 분명했다. 살인의 고의성이 있는지와 A씨의 행위가 과잉방위에 해당하는지였다.

과잉방위는 말 그대로 선 넘은 방어 행위를 의미하지만 정당방위의 요건을 갖춰 재판에서 감경 사유가 되기도 한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판결에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피고인이 충분히 인식했거나 예견했는데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살인의 고의성이 없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피고인의 방어 행위라기보다 피해자를 숨지게 하기 위한 살해의 범의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의 '과잉방위' 주장 또한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A씨에게는 징역 12년이 선고했다.
그는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20년 가까이 함께 산 부부는 로또 1등에 당첨된 지 1년도 안 돼 영영 헤어졌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