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안쓰고 인도 쌩쌩…이틀뒤 범칙금? 비웃는 '무법 전동킥보드'
2021.05.11 13:05
수정 : 2021.05.11 14:05기사원문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한상희 기자 = "어차피 벌금 내는 건 13일부터 아니에요?"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일대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려던 30대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후 헬멧(안전모) 없이 킥보드에 올라타 인도로 향하려던 그는 "이같은 행위가 위법이란 사실을 알지만 그동안 범칙금 부과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부터 1시간가량 7호선 장승배기역 주변에 주차된 약 10대의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 현장을 지켜본 결과 이를 이용한 3명의 이용자 모두 A씨처럼 안전모 없이 운행을 시작했고 자전거도로나 차도가 아닌 인도 위를 달렸다.
오는 13일부터 전동킥보드 등 개인인형 이동장치(PM)에 대한 안전 규제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위 사례처럼 안전모 없이 운행하거나 자전거도로나 차도가 아닌 인도를 주행하다가 단속될 경우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게 골자다.
법 개정안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이모양(17)은 "친구들 대부분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킥보드를 탈 수 있다는 걸 모른다"며 "둘 이상이 하나의 킥보드에 타는 것도 불법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다들 그러길래 타고 다닌 거라더라"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원동기 면허 이상 운전면허를 소지한 만 16세 이상만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현재는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가 없어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모씨(28)는 "인도에서 킥보드를 타는 사람이 많고, 차도에서 타는 건 너무 위험해 보여서 인도 주행이 불법인지는 아예 상상도 못했다"며 "킥보드를 타고 다니질 않으니까 관심이 없었고, 관련 홍보물을 보지도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은 개정법 시행사실을 알았지만 단속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김모씨(37)는 "차 사이나 골목으로 빠르게 달리는 킥보드 이용자를 어떻게 잡겠나"고 우려했다. 최모씨(40)는 "번호판도 없는 킥보드를 대체 누가 단속할 수 있을까"라며 "공유킥보드의 경우 짧은 거리를 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헬멧을 쓰라고 하면 안 탈 것 같다"고 말했다.
법 시행 후 아예 전동킥보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박모씨(23)는 "편하고 빨라 킥보드 타는 건데 누가 헬멧 쓰고 자전거도로나 차도를 찾아다니겠나"라며 "앞으론 걸어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모씨(28)는 "버스를 타기 애매한 위치인데 걷기 귀찮을 때 킥보드를 이용했는데 이제 안 탈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홍보를 좀 더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매년 증가하는 사고를 예방하려면 필수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PM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으로 매년 두 배 정도 증가했다. 지난달 12일에도 충북 충주에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20대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왕복 6차로 찻길을 달리다 승용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고 예방을 위해 법 강화는 꼭 필요한 조치"라며 "장기적으로는 범칙금 부과에 CCTV를 활용하고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정법에 대한 홍보와 단속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과거 무단횡단을 줄이기 위해 집중 단속기간 및 계도기간을 가졌는데, 이번에도 이를 통해 홍보하면서 시민들의 안전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대국민 홍보가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해 당분간 계도 위주 단속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그간 다양한 홍보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정된 내용에 대해 대국민 홍보는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법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신설된 처벌 법령을 국민에게 안내하고 홍보한다는 측면에서 위반에 대한 계도 위주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사고가 늘어 안전모 착용 등 안전 조치가 과한 것은 아니다"며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들이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