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또···훈련병 상대 “이성친구 낙태 경험 체크해”
2021.05.12 14:03
수정 : 2021.05.12 17: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성친구의 낙태(임신중절) 경험이 있나”, “가족 중 전과자가 있나”, “이성친구와의 문제 발생 시 사고 유발 가능성?”
12일 한 매체가 보도한 육군훈련소 일부 부대에서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질문지 항목들이다. 이날 훈련소 측은 “상처 받았을 훈련병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육군훈련소는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이 소통합니다’에 해당 보도 관련 입장문을 올리고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면담 체크리스트로 인해 상처받았을 훈련병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현재는 해당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육군훈련소 제30연대가 지난 3월 입소한 훈련병들에게 이성친구의 낙태 경험이나 가족 중 전과자 유무를 묻는 ‘관찰·면담 질문지’를 작성하게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는 ‘가출’이나 ‘생계수단의 안정성’ 여부 관련 질문도 포함됐다. 해당 질문지가 지난 3월 29일까지 최소 9차례 이상 사용됐다는 게 보도한 매체 설명이다.
논란이 커지자 훈련소 측은 “지난 4월 중순 자체 인권실태 조사를 통해 훈련병 면담 시 일부 중대에서 참고용으로 활용하던 체크리스트 중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항목’이 있음을 식별했다”며 “즉시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훈련병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훈련소 측은 “앞으로도 훈련소 전반에서 인권침해 요소가 없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 보완·개선해가겠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 측은 이번 질문지 작성 논란을 두고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규정하며 “군에서 생기는 문제 대부분은 병영 외부보단 내부로부터 비롯된다”고 꼬집었다.
누리꾼들 역시 “바깥에 까발려지니 이제 와서 인권 챙기겠다고”, “저런 항목은 누구 머리에서 나왔을까”, “신원조사는 할 수 있지만, 이성친구 낙태 여부는 대체 왜 묻나”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