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5436대 1' 청약기록 또 깨졌다… 멀어지는 내집마련 꿈

      2021.05.12 18:02   수정 : 2021.05.12 18:02기사원문
경기 화성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1순위 청약에 24만여명이 몰리는 등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의 문턱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들어 각종 규제 여파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한 청약시장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청약 물량은 감소하는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터라 청약제도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는 지적이다.

12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접수한 '동탄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302가구 모집에 24만4343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809대1로 전국 역대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기존에는 2015년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황금동(622.2대 1)'이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전용면적 102㎡A 기타경기 지역은 최고 경쟁률 5435.9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결과가 나왔다.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의 흥행은 예고돼 있었다. 3.3㎡당 1367만원의 저렴한 분양가로 전용 84㎡는 최고 4억8867만원, 전용 102㎡는 최고 5억8390만원 수준이다. 인근 단지 전용 86㎡가 지난 2월 14억75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당첨시 1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이 기대돼 청약족들에게 로또로 평가받았다.

사상 최고 경쟁률의 또다른 이유는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추첨제 물량(전용 102㎡)이 포함된 점도 한몫했다. 전량 가점제로 뽑는 전용 84㎡ 이하와 달리 가점이 모자란 무주택자와 1주택을 가진 청약자들이 모처럼 청약 기회를 얻으면서 대거 몰린 것이다.

올해 결혼을 앞둔 김모씨(34)는 "대형 평수로 이뤄진 추첨물량은 당첨이 돼도 금액 부담이 크고 대출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며 "가점도 낮아 결혼 전에 분양을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이번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떨어지면 예비신부와 영끌로 집을 사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청약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은 94.1대1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2017년 5월∼2018년 4월) 15.1대1이었던 경쟁률이 3년 만에 6배 넘게 오른 것이다. 가점제 당첨 문턱도 높아지며 청약가점 60점 미만은 수도권에서 당첨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5일 1순위 청약을 마친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의 경우만 봐도 평균 최저 당첨 가점은 62점이었다.

회사원 최모씨는 "사실상 30대 청약 가입자가 4인 가족일 경우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 57점이라 가점제는 그림의 떡"이라며 "청포자(청약포기자)들이 영끌해서 집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푸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는 2710만2693명으로 우리나라 가구수(2309만3108가구)를 추월한지 오래다. 전체 청약 가입자 가운데 1순위가 1494만8433명일 만큼 청약 수요는 포화상태다.


전문가들은 청약제도 개선과 함께 근본적으로 공급 확대만이 청약 과열을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 추첨제는 가점이 모자란 무주택자와 집을 갈아타려는 1주택자들이 몰리며 경쟁이 치열하다"며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들을 위한 중소형 평수 추첨제 도입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약제도 개선 필요성은 있지만, 오랫동안 청약을 준비하던 분들의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 청약경쟁률의 근본 원인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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