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실명계좌 없이도 버젓이 영업… ‘도미노 먹튀’ 9월이 고비
2021.05.12 18:45
수정 : 2021.05.12 18:45기사원문
■퓨어빗·비트소닉·바이비트 등 잇따라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알려진 출금 지연 사태나 거래소 먹튀 사태는 퓨어빗, 코미드, 비트소닉 등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자금을 모아 먹고 튀는 사태도 많다. 지난 2018년엔 퓨어빗 거래소 사태가 있었다. 해당 거래소는 사전가입 이벤트를 열어 31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인 후 곧바로 폐쇄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미드의 경우 대표가 허위로 가상자산 포인트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거래했다. 허위 포인트를 실제로 거래되는 것처럼 만든 혐의로 사기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실형을 받기도 했다. 비트소닉의 경우 최근 사용자들의 출금이 지연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거래소일 경우 대부분 72시간 이내에 원화로 바꾼 후 돈을 뺄 수 있다.
지난 10일 폐쇄한 거래소 '비트바이'의 경우 유명 글로벌 거래소 '바이비트'이름과 유사해 피해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거래소들이 쉽게 만들어지고 폐쇄되는 이유는 당국의 감시망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거래소를 차릴 경우 작게는 수십억원 단위의 자금이 들어간다. 일정 규모의 서버를 임대해야 하고 해킹 피해를 막기 위한 보안 코딩도 필요하다. 하지만 자금 모집만을 목적으로 거래소를 만들 경우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한 인프라가 사실상 필요 없는 구조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순식간에 거래소를 만들고 이벤트를 해 자금을 모집한 후 튀는 사태가 많다"면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만드는 정도의 솔루션만 외주로 제공받아 거래소를 차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9월까지 도미노 먹튀 배제 못해"
업계에선 특금법 유예기간인 9월 25일 전까지 유사한 거래소 먹튀 사태가 계속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전한다. 특금법은 국내 은행과 사용자 간 실명계좌가 만들어진 거래소만 신고하고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이 법에 따라 영업하는 곳은 업비트, 빗썹, 코빗, 코인원 등 4곳이다. 유예기간인 9월까지 일부 중소 거래소만이 은행과 계약을 맺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특금법을 준수하는 거래소만 있어도 먹튀 등의 행위는 사전에 감시하고 방지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위가 운영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경우 자금세탁방지(AML) 차원에서 국내 은행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가 자금을 내부에서 어떻게 유용하는지는 사실상 알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가상자산법' 같은 업권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정부가 가상자산 제도화에 소극적이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이 점차 제도화 수순에 들어설 때면 국내 시장은 뛰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업권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 열풍 속에서 신뢰하기 힘든 거래소를 통해 묻지마 투자를 하는 소비자도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9월까지 도미노 먹튀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