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대파 체니, 미 하원 지도부에서 축출
2021.05.13 02:52
수정 : 2021.05.13 02:52기사원문
미국 공화당 서열 3위인 리즈 체니(와이오밍) 하원의원이 12일(이하 현지시간) 공화당 지도부에서 축출됐다.
체니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한다는 점이 이유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공화당이 그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음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의사당에서 비공개 회의 뒤 표결을 통해 압도적 찬성으로 체니를 지도부에서 쫓아냈다.
체니는 그러나 표결 뒤 트럼프의 공화당 영향력에 맞서는 "싸움을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 전직 대통령(트럼프)이 다시는 백악관 집무실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면서 "그가 계속해서 자신의 말로 도발하면서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 축출 표결은 체니가 공화당 동료의원들의 트럼프 지지를 힐난한 하루 뒤 이뤄졌다. 트럼프가 계속해서 지난해 대통령 선거 승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공화당 의원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비판이었다.
체니는 하원에서 동료 의원들을 향해 "우리의 의무는 명확하다. 각자 모두가 우리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선서를 했다"면서 "침묵하고, 거짓말을 무시하면 거짓말쟁이를 대담하게 만들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여기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뒷자리에 앉아 침묵 속에 다른 이들이 우리 당을 법치를 무시하는 파멸의 길로 이끌고,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전 대통령의 십자군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에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 딸인 체니는 지난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점거 폭동 뒤 공화당 동료 의원들과 길이 엇갈렸다. 이 폭동 뒤 이뤄진 트럼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10명 가운데 하나였다.
2월에는 불신임 표결에서 살아남았지만 최근들어 지지기반이 약화하면서 결국 지도부에서 축출됐다.
공화당 하원 대표인 케빈 매카시가 공개적으로 체니 축출을 주장하면서 엘리스 스테파닉(뉴욕) 의원을 그 후임으로 앉혀야 한다고 의원들을 부추겨 왔다. 스테파닉은 트럼프 충성파다.
체니 축출로 트럼프는 공화당내 탄탄한 지지기반을 다시 한 번 입증했고, 내년 중간선거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 열성 충성파인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체니가 '확고한 보수주의자이자 국가안보에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이라고 추켜세웠지만 "공화당 주류에서 벗어나는" 입장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체니 축출로 공화당은 '링컨의 당'에서 지금은 '트럼프의 당'이 됐음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