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은 해사법원 손 떼라“ 해사법원 부산 설립 한목소리
2021.05.13 14:29
수정 : 2021.05.13 14: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부산】 “바다 없는 서울이나 고등법원 없는 인천은 못한다. 해사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부산만이 할 수 있다.”
해사법원의 부산 설립을 촉구하는 지역 사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사법원 부산설립 범시민추진협의회와 부산지방변호사회는 13일 오전 부산지방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사법원은 지역간 유치경쟁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해사법원의 중심 사안인 해무, 선원, 선박, 수산 부문 대부분이 부산권에 위치하고 있고, 국가균형발전차원 측면에서도 비수도권인 부산에 설립하는 게 마땅하다”라고 주장했다.
해사법원은 해상에서 일어나는 선박충돌, 용선계약, 해상운송, 공동해손, 해난구조, 해양오염, 해상 보험 등과 관련 산업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법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독립된 해사전문법원이 없어 주로 영국이나 싱가포르에 있는 해사법원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같이 각종 분쟁해결을 위해 쓰이는 해외유출 비용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의 경우 세계 5위 규모의 항만을 운영하면서 관련 산업과의 연계성이 깊어 공감대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국회에선 해사분쟁에 대한 인식 부족 탓에 설립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날 추진협의회는 지난 10여 년 동안 답보 상태에 놓였던 해사법원 설립 문제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적극적인 설립 운동활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서울과 인천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여럿이 해사법원 설치법을 발의한 것을 두고 맹비난했다.
추진협의회는 “21대 국회에 들어서 불현듯 인천과 서울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앞다투어 해사법원을 자신의 지역에 설치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며 “만약 관련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다른 지역에 설치된다면 우리나라 해사법원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국가적 손실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한 상황 속에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해사법원의 부산 설립은 설득력이 높다는 지적이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대표는 “해사법원의 수도권 유치는 국가기관의 지나친 수도권집중화를 일으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정책에서도 역행하고 있다. 특히 인천은 고등법원이 없는 상태이고, 서울에서 논의 중인 해사법원과 국제상사법원의 무리한 합병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젊은 변호사들도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 키워 일을 하고 싶어도 사건이 서울에 집중돼 기회조차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변호사는 “부산은 종전부터 해사 사건을 처리해오고 있는 관련 인력이 타지역에 비해 충분한 편이지만 일감이 적은 게 현실”이라며 “해사법원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토지를 확보해 법원 건물을 세우자는 게 아니라 기존 시설물을 이용해서라도 뭔가 시작이라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추진협의회 등은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당위성을 높일 수 있는 근거 마련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그동안 모호하게 인식되어왔던 해사사건의 개념을 뚜렷이 세우기 위해 법제 분석을 통한 해사사건의 유형 파악, 해사분쟁 관련 산업 및 인프라 현황, 국내 해사사건 분쟁해결 제도 및 운영 현황과 한계점, 해사사건 처리를 위한 해외유출 법률비용 파악, 해사법원 신설 시 국내복귀 수요 파악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추진협회의는 이와 같은 각계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논의하고, 부산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공격적인 설립 운동을 전개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추진협의회는 부산지방변호사회, 부산항만물류협회, 한국해기사협회, 부산공동어시장, 한국해사법학회,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등 유관기관을 비롯해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지방분권발전부산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주축이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