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양모 살인 인정 무기징역, 양부 징역 5년(종합)

      2021.05.14 15:21   수정 : 2021.05.14 15: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학대로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의 양부모가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양모 장씨에겐 살인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양부 안모씨에겐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안씨는 법정구속됐다.




■양모 장씨 무기징역, 사회와 격리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씨와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씨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장씨에게 무기징역을, 안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장씨에게 사형을, 안씨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가해행위로 이미 다수의 골절이 발생했고 췌장과 장간막의 손상도 있어 정상적인 건강 상태가 아니었단 걸 피고인도 알고 있었다"며 "살해할 확정적 고의는 없었더라도 미필적 고의는 있어 살인죄 유죄를 인정한다"고 유죄판단의 배경을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적 사인이 된 췌장 완전 절단과 장간막파열의 타격이 정인양 사망 당일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차례 실험 등을 통해 정인양이 장씨의 겨드랑이에서 떨어지거나 소파에서 낙상, 혼자서 넘어지는 등의 충격으로 다수 골절 및 치명상을 입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슴수술로 발생한 신체적 고통, 피고인이 밥을 잘 안 먹어 생긴 분노, 생리로 인한 심리적 불안, 아동학대신고를 또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 등으로 피해자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복부에 강한 충격을 반복하면 장파열이 발생하고 즉시 치료를 안 받으면 이로 인해 중요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건 예견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측이 단순 낙상 등을 주장했지만 간이나 소장, 대장 등 다른 장기에 손상이 없었다는 점도 장씨가 발로 정인양의 복부를 밟았음을 추정하는 근거가 됐다.


■양부 '징역 5년'··· "마지막 기회 저버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법원 양형권고를 넘는 형량이지만 재판부는 안씨가 장씨의 학대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며, 정인양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조차 외면한 점을 중하게 판단했다.

다만 검찰이 아동학대 혐의 외에 장씨의 공범으로 기소하진 않음에 따라 다른 혐의는 판단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를 알기 쉬운 지위에 있었음에도 장씨의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장씨의 피해자에 대한 학대를 방관해 왔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피고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크고, 장씨의 학대행위를 제지하거나 피해자에게 치료 등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였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가 사망 전날 등원한 상황에서 어린이집 원장이 안씨를 따로 불러 "피해자를 꼭 병원에 데려가라"고 당부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도 언급됐다. 재판부는 "(안씨가) 이러한 호소조차 거부함으로써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 버린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보다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고 밝혔다.


■살릴 수 있었던 아이, 공권력은 뭐했나
한편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때인 지난해 1월 안씨와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정인양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발견됐다. 장씨는 “아이가 소파에서 매트가 깔려 있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병원은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양모 장씨는 입양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정인양이 숨진 10월까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부터 총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도, 분리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수사과정을 감시해야 할 강서아보전 역시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인양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함께 발견됐다.

지난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한동안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던 정인양이 9월에 등원한 모습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려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A씨는 “제가 안아보니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며 “어린이집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 병원에 확인하고 싶어서 데려갔다”고 증언했다. 이날이 9월 23일로, 아이를 진찰한 소아과 원장이 직접 경찰에 신고했지만 서울 양천경찰서는 내사종결 처리했다.


3번째이자 마지막 신고였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