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하영 잡았수다, 물회 먹으러 옵써”

      2021.05.16 01:30   수정 : 2021.05.16 12:12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보목리 사람들은 모슬포에 왕 자리물회 자랑 질 허지 마라(보목리 사람들은 모슬포지역에 와서 자리돔 물회 자랑을 하지 마라)” 제주도민들은 저마다 자기 마을에서 잡힌 자리돔을 최고로 친다. 누가 뭐라해도, 우리 동네 자리돔이 가장 맛있다는 뜻이다.

바야흐로 지금 제주바다는 자리돔 계절이다.

자리돔 잡이는 4월 초순 시작돼 보리가 익어가는 5~6월 절정에 이른다. 자리돔은 12~20㎝ 크기의 제주 특산물이다. 제주도민들은 보통 ‘자리’라고 부른다. 여기저리 돌아다니지 않고 바다 속 한 자리에 모여 있다고 해서 ‘자리’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고도 한다.


제주도내에선 바닷가라면 어느 곳에서나 다 자리돔이 잡힌다.
이중 서귀포시 보목동과 대정읍 모슬포 지역의 자리돔이 별미로 꼽힌다. 굳이 구분하자면 보목동 자리는 연하고, 조류가 센 마라도·가파도 ‘자리밭’에서 잡히는 모슬포 자리는 좀 억세다. 자리돔 맛은 먹이나 해류·유속 등 바다환경 차이로 자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대개 씨알이 굵은 것은 구이용으로, 작고 부드러운 것은 물회와 강회로 인기다.

하지만 제19회 보목동 자리돔 축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지 못한다.

축제가 없다고, 자리돔이 잡히는 않는 것은 아니다.

이달 들어 자리돔 산지인 서귀포시 보목항 내 직거래장터에는 자리돔을 사려는 도민·관광객 발길이 이어진다. 최근 몇 년 동안 자리돔 어획량이 줄면서 ‘금(金)자리’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지만, 올해는 다행히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 많이 잡힐 때는 하루 3톤까지 나온다고 한다.


자리돔은 난류성 어종이다. 현재 제주바다 수온이 17도 안팎이고, 앞으로 수온이 더 오르면 어획량은 더 늘 것으로 기대된다. 산지에선 지난해 ㎏당 1만8000∼1만9000원이던 자리돔 값이 올해 ㎏당 1만5000원에 거래된다.

보목동의 대표적인 자리밭은 ‘누알’과 ‘앞톤여’, ‘섶섬’ 일대를 꼽는다. ‘자리밭’은 자리돔이 몰려 있는 곳을 말한다.

‘연대기동산’ 맞은편에 터잡은 ‘앞톤여’ 주변에는 ‘큰여’ ‘중여’ ‘산방난여’와 같은 자리밭이 또 있다. 섶섬 주변 대표적인 곳은 ‘동군좌지’와 ‘서군좌지’다. 군좌지(軍坐旨)는 섶섬에 방군이 배치됐던 곳이다. 자리밭은 관내에만 국한된 게 아니어서 이곳 어부들은 하효동 지경 ‘내깍’까지 나가 자리돔을 잡기도 했다.


보목동 포구에는 ‘보목 해녀의 집’이 있다.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자리물회, 자리강회, 자리구이 등 자리돔으로 만든 음식이다.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자리물회로 오독오독 씹히는 뼈와 된장 육수가 매력적이다. 옛 방식 그대로 초장이 아닌 된장에 말아낸 것인데 그 맛이 담백하고 깊다.
잘 삭힌 자리돔 젓갈도 인상적이다.

행여 제주를 찾았다면, 축제는 없지만, 제 철 ‘자리돔 물회’를 권한다.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는 이 시기 제주가 전하는 위로와 힐링의 맛이 될 것이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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