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재계약 앞두고… 속내 복잡한 시중은행
2021.05.16 17:37
수정 : 2021.05.16 21:21기사원문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계좌 제휴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손익계산을 꼼꼼하게 하는 모습이다. 일단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린 은행들은 재계약에 적극적인 반면, 크게 반사이익을 보지 못한 은행들은 재계약에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은행들이 "가상자산 투기를 부춘긴다"는 부정적 여론 속에서 자금세탁방지(AML)에 대한 리스크까지 떠안아야하는 것은 재계약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가 최근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무난히 업비트와 재계약을 진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트코인 광풍에 힘입어 업비트와의 제휴로 이익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17조원 정도로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거래량이 많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지난 1·4분기 동안 172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46만명의 신규고객을 확보했다. 4월 말 기준 전체 고객 수는 537만명으로, 절반 이상이 올해 가상자산 광풍 탓에 유입됐다. 수신잔액도 지난해 말 3조7500억원에서 4월 말 12조1400억원으로 급증했다.
7월 재계약을 앞둔 농협은행도 빗썸·코인원 제휴효과로 인한 재미를 봤다. 코인원은 하루 1조원 가량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4위를 차지한 거래소다. 지난해 내내 10만명에 머물던 농협은행의 신규 고객 수는 올해 가상자산 열풍으로 1월 13만9859명, 2월 18만5950명, 3월 24만8602명 등으로 크게 늘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거래소 제휴를 통해 신규고객이 유입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거래소 관련 새 가이드라인 내부 규정 마련이 마무리단계인 만큼 해당 절차에 따른 평가에 부합한다면 계약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7월에 재계약을 앞둔 신한은행은 계좌 실명확인 등 거래 안정성 검증에 초점을 맞춰 비트코인 광풍 효과를 누리진 못했다. 신한은행은 코빗과 제휴를 맺었다. 신한은행의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해부터 계속 1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이로인해 신한은행은 올 1·4분기 코빗에서 1억4500만원의 수수료 수익(가상계좌 이용 수수료와 펌뱅킹 이용 수수료)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로 인해 자금세탁방지(AML)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데다, 은행이 가상자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부정적 여론도 재계약에 남은 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통해 재미를 봤는지는 몰라도, 위험성이 높은 가상자산 투기에 부채질을 하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며 "굳이 은행이 가상자산 계좌까지 해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자칫 제2의 사모펀드사태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king@fnnews.com 이용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