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듯한 대지를 적시는 남호주 와인..그 잠재력을 봤다

      2021.05.17 07:00   수정 : 2021.11.15 16: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와인 매니아에게 이곳을 물어보면 타는듯한 대지를 비추는 강렬한 태양과 출렁이는 보랏빛이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바로 오스트레일리아입니다.

건강한 대지, 남호주를 경험할 수 있는 남호주 와인시음회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남호주 주정부가 주최하고 와인인이 주관한 '남호주 와인시음회 2021' 행사입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국내에 아직 수입되지 않은 와인을 소개하는 33개 부스와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와인 17개 부스가 차려졌습니다.
오랫만에 열리는 와인 시음행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전체 참가 인원을 제한하고 부스 한 곳당 머물러 있는 시음자도 2명으로 제한하는 아주 철저한 방역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소수의 전문가들만 참석한 덕분에 차분하게 와인을 테이스팅하며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호주는 워낙 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지만 와인이 나는 곳은 주로 남쪽에 몰려 있습니다. 위쪽은 기온이 너무 높아 포도가 자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중 남호주(South Australia)는 호주 지역 전체 와인 생산량의 47%를 차지하는 심장부라 할 수 있습니다. 아마 한두번은 들어봤을 클레어 밸리, 아들레이드 힐스, 바로사 밸리, 쿠나와라, 맥라렌 베일, 랑혼 크릭 등이 특히 유명한 산지입니다. 대표 품종은 화이트로는 샤르도네(Chardonnay), 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등이 있으며 레드는 쉬라츠(Shiraz), 그르나슈(Grenache),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피노 누아(Pinot Noir)등이 있습니다.



■'시릴로 에스테이트' 독특한 개성에 반해
우선 미수입 와인 부스부터 둘러봤습니다. 미수입 와인 부스는 총 33개로 이 중 몇몇 와이너리는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당일 바로 수입 계약을 맺은 곳도 있습니다. 특히 시릴로 이스테이트, 바리스터 블록, 닉 하셀그로브 등이 꽤 인상적인 와인으로 다가왔습니다.

첫번째 부스의 바리스터 블록(Barrister Block)은 1997년 래튼불리에 위치한 가족 소유의 포도밭에서 시작한 와이너리로 4가지 와인을 내놨습니다. 이 중 '바리스터 블록 불리 쉬라츠 2019(Barrister Block Bully Shiraz 2019)'와인은 아주 독특합니다. 쉬라츠 품종의 와인임에도 연한 보랏빛을 띠며 질감도 가볍고 산도도 아주 좋습니다. 일부 소믈리에는 프랑스 론 와인을 맛보는 것 같다고 했지만 이보다도 더 여리고 섬세한 산도가 특징입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면 전문가라도 아마 쉬라츠 품종을 맞추기 쉽지 않을듯 합니다.




바로사 밸리의 시릴로 이스테이트 와인즈(Cirillo Estate Wine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르나슈와 세미용 포도밭을 가지고 있는 와이너리입니다. 이 때문인지 와인 라벨마다 오래된 고목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르나슈의 경우 150년이 넘은 고목에서 아직도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고 와이너리 관계자가 설명합니다.

4가지 와인 중 싱글 빈야드 시라츠 2018(Single Vinyard Shiraz 2018)과 아이콘 격인 1850 앤시스터 바인 그르나슈 2014(Ancestor Vine Grenache 2014)가 좋습니다. 싱글 빈야드 시라츠 2018은 입에 넣어보면 부드러운 질감과 산도에 레드 베리류의 향이 특징입니다. 와인이 사라지면서 입안에 남는 두엄 냄새, 지린내 같은 향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깜짝 놀라 물었더니 내추럴 효소를 써서 그렇다고 설명합니다. 내추럴 와인보다 포멀하지만 강력한 개성을 보여주는 와인 매력적입니다.

또 150년 된 그르나슈 고목의 포도로 만든다는 1850 앤시스터 바인 그르나슈는 색깔이 굉장히 옅습니다. 산도도 미디엄 이상입니다. 일반적인 그르나슈 와인 색과 산도가 아닙니다. 역시 내추럴 이스트를 사용해 입안에 남는 향도 훌륭합니다.



맥라렌 베일에 위치한 와이너리 닉 하셀그로브 와인즈의 와인도 좋습니다. 쉬라즈, 까베르네 소비뇽, GSM(그르나슈, 쉬라츠, 무르 베드로) 등 4가지 와인을 내놨는데 이 중 '더 올드 페이스풀 2016'은 꽤 품질이 좋습니다. 색깔도 향도 아주 진하고 질감도 무겁습니다. 타닌도 뻑뻑하게 입속을 메우는게 정말 힘센 호주 쉬라츠입니다. 다만 산도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남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인 백 하디(Bec Hardy)와 브랜드 &손(Brand & Son), 번 빈야즈(Byrne Vinyards), 바로사 밸리의 샤토 타눈다(Chateau Tanunda) 와인도 좋습니다. 국순당이 이번 행사에서 수입계약을 한 와인즈 바이 제프 하디(Wines by Geoff Hardy)의 K1 와인들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히킨보탐 더 리바이벌리스트'에 깜짝 놀라
국내에서 수입사가 있는 와인도 17개 부스에서 전문가들을 반겼습니다. 국내 굴지의 아영FBC, 하이트진로, 국순당, 가자무역 등이 참여했습니다. 이 중 하이트진로가 수입하는 미스터 믹(Mr. Mick), 팀 아담스(Tim Adams),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Hickinbotham Claredon Vinyard), 쏜 클락(Thorn Clarke), 카트눅 이스테이트(Katnook Estate)의 와인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품질로 전문가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맥라렌 베일에서 생산되는 히킨보탐은 국내에 소량 수입되는 명품 와인답게 정말 압도적인 품질을 보였습니다.

특히 호주의 '페트뤼스'로 불리는 '더 리바이벌리스트 메를로 2018(T Revivalist Merlot 2018)'은 환상적입니다. 입에 넣기 전부터 잔에서 피어오르는 향은 까베르네 소비뇽을 닮았으나 입에 넣는 순간 메를로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에 출렁이는 과즙이 일품입니다. 산도까지 미디엄 하이(Medium-High)나 하이(High) 수준입니다. 입속에 사라질때쯤 드러나는 타닌은 치아와 잇몸을 구석구석 파고 듭니다. 타닌도 아주 촘촘하고 두껍습니다. 여운도 두세번의 숨 이상 이어집니다. 2차향도 아주 복합적입니다. 2018 빈으로 어린 와인임에도 정말 감동을 맛봤습니다.



이보다 윗급인 '더 피크 2018(The Peake 2018)'도 환상적입니다. 까베르네 소비뇽과 쉬라츠가 블렌딩 된 와인으로 까베르네 소비뇽의 뛰어난 향과 산도에 쉬라츠의 개성이 섞였습니다. 질감은 의외로 미디움 정도지만 타닌은 강력하며 아주 잘게 쪼개져 들어옵니다.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맛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쏜 클락 와인도 나왔습니다. '윌리엄 랜들 쉬라츠 2017(William Randell Shiraz 2017)'은 풍부한 타닌과 함께 과실향이 아주 좋습니다. 다만 약간 단향이 올라와 조금 꺾인 느낌도 듭니다. 개봉한지 4시간 정도 됐다고 합니다. 쏜 클락 윌리엄 랜들은 시라츠도 좋지만 까베르네 소비뇽 맛이 정말 일품입니다. 꼭 경험해볼 만 합니다.



■수입예정인 '팀 아담스' 시리즈 완판 예고
팀 아담스 시리즈는 아직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는 올 하반기 중 수입 예정인 와인입니다. 이 중 '아버팰디 쉬라츠 2016(Aberfeldy Shiraz 2016)'는 진한 색깔에 산도와 타닌이 일품인 와인입니다. 호주 쉬라츠 특유의 진한 색깔에 연유향이 섞인듯한 부드러운 과실향이 아주 좋습니다. 특히 쉬라츠에서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산도와 촘촘한 타닌은 인상적입니다. 여운도 길게 이어지며 그 속에 2차 향이 계속 남아 있습니다. 아마 수입되면 완판 행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팀 아담스는 '리슬링 2020(Riesling 2020)'과 '미스터 믹 리슬링 2020(Mr. Mick


Riesling 2020)', '미스터 믹 쉬라츠 2017(Mr. Mick Shiraz 2017)'도 들여옵니다. 2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인 리슬링 2020도 굉장히 맛있습니다.

비케이트레이딩이 수입하는 펜리 이스테이트(Penley Estate)도 좋습니다. 쿠나와라에서 생산되는 와인들로 이 중 헬리오스 까베르네 소비뇽 2018(Helios Cabernet Sauvignon 2018)은 쿠나와라 까베르네 소비뇽이 왜 맛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잔에서 올라오는 특유의 블랙베리 향과 높은 산도를 느낄 수 있으며 타닌은 다소 얇게 들어오지만 여운이 꽤 길게 이어집니다.

국순당이 내놓은 파머스립(Farmer's Leap)도 맛있습니다.
오는 6월 출시 예정인 포춘 쉬라츠(Fortune Shiraz)는 쉬라츠 답지 않은 옅은 질감에 산도가 좋습니다. 타닌도 제법 갖추고 있으며 감초, 정향이 다 섞인 2차 향도 인상적입니다.


이외에도 아영FBC의 하디스 와인즈(Hardy's Wines) 와인, 가자무역의 제이콥스 크릭(Jacob's Creek)도 뛰어난 품질을 보였습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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