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유지하는 ‘보상’이 가상자산… 이분법적 규제 금물
2021.05.17 17:04
수정 : 2021.05.17 17:04기사원문
인터넷이 지난 40년 세상을 지배한 것처럼 블록체인은 앞으로 30년 이상을 지배할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위키노믹스', '디지털 이코노미' 등의 책을 쓴 돈 탭스콧(Don Tapscott)의 말이다. 탭스콧은 블록체인이 인터넷 다음의 세상을 지배할 기술이라고 예상했다.
■블록체인, 혁신 사회 견인
17일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세계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2019년 20억1000만달러(약 2조2800억원)에서 2027년 690억4000만달러(약 78조3000억원)로 연평균 56.1%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블록체인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확산된 비대면 사회를 위해 △공공건강 데이터관리 △위기관리 △기부 추적 △의료 공급망 보안 등에 적용하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증명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중앙 관리조직 없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용자가 거래내역 등의 데이터를 분산·저장할 수 있다. 여러명의 사용자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기존 데이터 관리 시스템에서 금융기록은 은행이, 진료 기록은 병원이, 물건 구매 내역은 쇼핑몰 등이 각각 관리하는 것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사용자가 데이터를 관리한다. 이 때문에 탈중앙화 기술이라고도 한다.
■가상자산-블록체인과 이분법 안돼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보상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검증자로 참여한 사람들에게 보상으로 쓰이는 것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고, 이를 위해 보상으로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것이다. 가상자산을 통한 보상체계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자발적인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인 셈이다.
결국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둘은 따로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촉발한 위기로 서민들이 타격을 받은 것에 반발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세력 혹은 인물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고, 마음대로 찍어낼 수도 없는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참여자들이 채굴이라는 방식을 통해 네트워크에 참여하면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지급한다. 이후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이용한 거래가 발생하면서 비트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의 대장주로 자리잡았다.
■이더리움, 블록체인계 스마트폰
이더리움은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여러가지 서비스(디앱, dApp)를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휴대폰으로 비교하자면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피쳐폰이라면,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스마트폰인 셈이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가치를 주창하는데 반해 이더리움은 네트워크의 활용도를 높이는데 초점이 있다. 특히 특정 조건이 맞으면 바로 계약이 성립되거나 계약이 해제되는 기능인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이라는 특징 때문에 금융 거래용 디앱을 만들 수 있다. 이더리움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디앱 개발, 토큰 발행, 탈중앙금융(De-Fi, 디파이) 서비스 구현, 대체불가능한토큰(NFT, Non-Fungible Token) 발행, 탈중앙거래소(DEX) 구축 등 여러 블록체인 서비스의 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디앱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디앱레이더(Dappradar)에 따르면 지난 해 새로 등장한 디앱은 총 1353개였는데 이 중 424개(32%)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또 지난 해 등장한 디파이 디앱 238개 가운데 106개(45%)가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이다. 지난 해 디앱 거래량의 95%는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생태계가 차지했으며 시장 규모는 2700억달러(약 306조4000억원)에 달했다.
■폴카닷·에이다 등 3세대 블록체인도 관심
블록체인 산업계에는 각각의 특장점을 가진 다양한 블록체인들이 나오고 있다. 이더리움 공동 개발자인 개빈 우드가 고안한 폴카닷(DOT)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인터체인 모델을 제시한다. 이미 시장에 수많은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출시된 상황에서 다양한 체인을 연동해 상호운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가상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채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가상자산 채굴 방식인 지분증명(PoS, Proof of Stack)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카르다노의 에이다(ADA)도 최근의 친환경 화두에서 주목받고 있는 프로젝트다. 컴퓨팅 파워를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가상자산을 채굴할 수 있는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방식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지적받고 있는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자유롭다는 강점이 있다.
이밖에 리플(XRP)과 유사하게 국경 간 자유로운 송금을 모토로 한 스텔라루멘(XLM), 외부 데이터를 특정 블록체인에 안전하게 가져오는 기술인 오라클 솔루션을 제공하는 체인링크(LINK) 등이 각각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고 있다. 연내 탈중앙거래소 출시 계획을 밝힌 블록원의 이오스(EOS) 또한 디앱 개발 측면에서 활용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