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가 피 흘리며 죽었는데.. 경찰 사건 방치"
2021.05.18 10:26
수정 : 2021.05.18 10:26기사원문
경찰이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길고양이 두 마리가 피를 흘리며 숨진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물학대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음에도 증거 확보에 소홀히 하면서 사건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18일 페이스북에 ‘사건 발생 후 16일 동안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수원 남부경찰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사망한 고양이 두 마리의 사진과 부검 결과서를 공유했다.
단체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서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길고양이 겨울집 바로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은 채 발견됐다”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길고양이 사건은 소유자가 없어 사건 접수가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케어테이커들이 현장에서 경찰관을 상대로 설득한 끝에 사건은 수원 인계 파출소에서 수원 남부경찰서로 정식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수사를 맡은 수원 남부경찰서 수사관은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16일 동안 어떠한 현장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며 “부검 결과가 나온 뒤에야 겨우 CCTV 영상 확인에 들어갔지만 이미 현장에 증거들은 다 사라지고 난 뒤였다”고 전했다.
또한 “담당 수사관은 '접수 초기 독극물로 인한 사망이 의심됐고 독극물로 인한 사망은 고양이에게 흔한 일로 동물보호법 위반이 아니라서 부검결과를 기다렸다가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잘못된 주장으로, 누군가 고양이 살해 목적으로 고양이 먹이에 쥐약 등 독극물을 계획적으로 살포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사망한 아기 고양이들의 몸무게는 고작 400g 내외였으며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모두 '두부 출혈'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사건 발생 16일 후 부검 결과 '두부 출혈, 뇌출혈'이라는 사망 원인이 나오자 수사관은 그제서야 CCTV를 확인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찰이 인근에 주차됐던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증거 부족으로 곧 종결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라는 “최근 경찰청에서는 동물대상범죄 대응을 위한 새로운 매뉴얼을 제작했고, 특히 경찰이 동물대상범죄 신고자를 동물을 유달리 사랑하는 특이한 사람들로 치부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원 남부경찰서 수사관은 케어테이커들과 활동가를 '동물애호가'라고 지칭하며 동물학대 사건에 엄중수사를 요청하는 이들을 소수의 특수한 사람들로 규정짓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원 남부경찰은 무책임한 초동대처를 반성하고 무고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학대범을 반드시 찾아 엄벌해야 할 것”이라며 “경찰의 미흡한 초동대처로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들이 미결로 종결되고 학대범을 검거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동물학대 범죄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수원 남부경찰서에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소극적 대처 개선을 촉구하고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을 엄중 수사해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명이 진행 중”이라며 “억울하게 죽어간 생명을 위해 많은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