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2심 시작... "재판부의 취사선택" vs "합당한 판결"
2021.05.18 18:42
수정 : 2021.05.18 18:42기사원문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 부장판사)는 18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檢 “증거 등 취사선택한 1심 판결”
검찰은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기업들이 금전적 이윤만을 추구한 사회적 참사”라며 “피해자들의 건강 악화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증거가 있음에도, 보고서의 일부 문구와 일부 전문가들의 증언만 취사선택하고 피해자 진술 등은 무시하며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자들이 질환의 인과관계와 관련, 일부 동물 실험 결과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았고 역학적 연구결과를 배척했다”며 “관련 연구결과 등에 비춰보면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과 천식이 입증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1심의 판단엔 오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변호인도 발언기회를 얻었다. 피해자 변호인은 “과학적 방법론을 이해하는 건 사법 체계와 다르기 때문에 오류가 있다고 해서 연구 자체를 배척해선 안 된다”며 “1심 진행 과정 중 피해자 목소리나 의견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항소심에서는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호인 “인과관계 모두 증명..무리한 주장”
변호인들은 모두 “검찰의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홍 전 대표의 변호인은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가 있었다”며 “환경부의 추가 시험에서도 연구 결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원료물질들의 유해성이 없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는 취지다.
이어 “1심에서 4차례 공판준비기일과 46회에 걸친 공판기일 끝에 해당 성분들과 폐질환 등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는 매주 1~2회 시험하거나 전문가 포함 34명의 증인신문, 10만 페이지가 넘는 증거를 검토하는 등 심사숙고해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1심 재판부는 선고 당시 ‘현재 증거를 바탕으로 법의 원칙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며 “원심 재판부의 진정성에 대해서 근거없이 비난하거나 폄하하는 발언을 들을 때면 안타까웠다. 검사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홍 전 대표 등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7월 13일 오후 4시로 예정했다.
홍 전 대표 등은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면서 원료물질인 CMIT·MIT의 안정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제품은 옥시의 ‘옥시싹싹’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홍 전 대표 등 13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과 천식을 유발·악화시켰다는 인과 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