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대 1' 로또가 된 중대형 아파트… 올해 분양물량 7500가구뿐
2021.05.19 18:00
수정 : 2021.05.19 18:00기사원문
최근 5년간 분양시장에서는 중대형 아파트의 청약 경쟁은 말 그대로 '로또의 연속'이었다. 선호도는 높지만 공급물량이 줄어들며 희소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특히 올해 청약 추첨제가 가능한 전국 중대형 분양물량은 7500여가구(분양예정 기준)로 작년의 30% 수준까지 급감했다. 청약 저가점자들에겐 실낱 같은 로또 희망마저 사라질 판이다.
■'희귀해진' 중대형 아파트
19일 본지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최근 10년간 전국 전용면적 85㎡ 초과(추첨제 청약 가능) 아파트 분양 및 분양예정 물량을 조사한 결과, 전체 분양물량 중 중대형 아파트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중대형 아파트 비중은 1.6%로 최근 10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분양예정 아파트 중 평형별 배정이 끝나지 않은 곳이 있어 비중은 다소 늘어날 수도 있다.
추첨제 물량 비중이 가장 높았던 건 2011년도(13.8%)로 전국 26만1980가구 중 3만6104가구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추첨제 비중이 6.6%(2만3660가구)로 떨어진 뒤 올해는 1.6%(7522가구)까지 급락했다.
더욱이 중대형 선호도가 높은 서울은 더 처참했다. 2011년 중대형 비중은 19.9%에 달했지만, 올해는 0.5%로 추락했다. 2011년에는 제주(35.6%), 울산(21.2%), 부산(20.7%)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중대형 공급이 많았지만 올해는 서울보다 비중이 낮은 곳은 부산(0.1%), 대구(0.0%)밖에 없다. 더욱이 서울의 총 분양물량은 지난해 4만1807가구에서 올해 4만4936가구로 늘어났지만, 오히려 중대형 물량은 3537가구에서 221가구로 줄어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중대형 타입보단 3.3㎡당 분양가가 높은 중소형 타입을 많이 분양하는 게 이득"이라고 전했다.
■희망고문에 2030 영끌 매수로
전용 85㎡ 초과 아파트는 중대형 타입으로 청약시장에서 추첨제로 신청이 가능해 인기가 높다. 그에 반해 올해 서울 추첨제 물량은 총 분양물량의 0.25%에 그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용 85㎡ 초과 물량에 대해서 가점제 50%와 추첨제 50%가 적용되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부족한 추첨제 물량이 더 줄어드는 셈이다.
추첨제 물량이 귀해지자 청약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중대형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16.36대 1 △2018년 32.29대 1 △2019년 30.61대 1 △2020년 65.17대 1이다. 같은 기간 중소형(60~85㎡ 이하)의 경쟁률은 △12.57% △12.76% △13.76% △26.05%에 그쳤다.
과거 유주택자들의 투자수단으로 인식되던 추첨제 물량은 청약가점이 낮은 2030세대에게도 절박한 내집 마련의 기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추첨제 청약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영끌 매입'(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매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2030세대의 전국 아파트 매수 비중은 31.4%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한 30대 신혼부부는 "30대들이 왜 영끌하며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나 궁금해 분양조건을 살펴보니 청약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일반분양에서 전용 85㎡ 이하에서도 무주택자들을 위한 추첨제 물량을 배정해 공급 시그널을 주면 집값이 잡힐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