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북한군 개입설’ 오보 사죄·정정보도하라
2021.05.20 14:55
수정 : 2021.05.20 14: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5·19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5.18 북한군 개입설’을 보도한 TV조선·채널A은 오보를 사죄하고 정정보도하라”고 20일 촉구했다.
민언협은 “문재인 정부 들어 5·18 진상규명 작업이 재개됨에 따라 군사정권이 헬기 조준사격을 명령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고, 광주에서는 계엄군에게 학살된 후 암매장된 시민들의 유해를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처럼 5·18은 한국 민주주의가 계속되는 한 치유해야 할 시대의 아픔”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1980년 당시 언론은 광주 상황을 축소 보도해 국민들의 눈을 가렸고, 시민 저항을 ‘폭도’로 매도하는 군사 독재정권 주장을 재생산하며 사실상 앞장이 노릇을 했다”며 “40년 넘은 지금에도 몇몇 언론은 진정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TV조선·채널A가 ‘5·18 광주투입 북한군’이라고 증언한 정명운씨가 8년 만인 지난 5월 6일 JTBC 인터뷰에서 당시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실토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엔) 의례적 사과로 무마했고 (이후에도 정정보도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채널A와 TV조선은 자신들의 오보가 단초가 된 ‘5·18 북한군 개입설’ 허위조작정보가 고개를 들 때마다 오보를 정정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채널A·TV조선 두 방송사가 2013년 방송 영상 삭제와 면피성 사과로 어물쩍 넘어간 것을 확실히 바로잡는 정정보도 및 진정성 있는 사죄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폭압적 군사정권에 항거했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무장군인에게 학살당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41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5·18 진상규명 작업이 재개됨에 따라 군사정권이 헬기 조준사격을 명령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고, 광주에서는 계엄군에게 학살된 후 암매장된 시민들의 유해를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5·18은 한국 민주주의가 계속되는 한 치유해야 할 시대의 아픔이다. 그러나 언론은 어떤가? 1980년 당시 언론은 광주 상황을 축소 보도해 국민들의 눈을 가렸고, 시민 저항을 ‘폭도’로 매도하는 군사 독재정권 주장을 재생산하며 사실상 앞장이 노릇을 했다. 40년 넘은 지금에도 몇몇 언론은 진정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TV조선·채널A 5·18보도 잔혹사, 왜곡과 침묵
최근 확인된 ‘광주 투입 북한군 거짓말 고백’ 사건만 해도 그렇다. 2013년 5월 15일 채널A 시사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자신을 ‘5·18 광주투입 북한군’이라고 증언한 정명운씨가 8년 만인 지난 5월 6일 JTBC 인터뷰에서 당시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실토했다. 하지만 2013년 당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인사들을 잇달아 시사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이들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한 TV조선과 채널A는 묵묵부답이다.
두 종편은 2013년 북한군 개입설 보도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의례적 사과로 무마한 바 있다. 채널A는 2013년 5월 20일 사과방송을 했으나, 권순활 당시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은 2013년 6월 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정명운 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등 망언으로 일관했다. TV조선도 사과방송을 내보낸 뒤 1주일 만에 시사프로그램 <돌아온 저격수다>에 극우 인사들을 출연시켜 ‘5·18을 폭동이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방송사는 5·18 폄하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을 땐 침묵하거나 논란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피해왔다. 2017년 전두환 회고록이 ‘5·18 역사 부정’으로 이슈가 되자 TV조선, 채널A, MBN 등은 ‘반론권 보장’ 명목으로 전두환 씨와 이순자 씨, 전두환 씨 측근인 민정기·김충립 씨 인터뷰를 반복해 보도했다. 2019년 자유한국당이 ‘지만원 초청 공청회’로 비판받을 땐 자유한국당의 광주 망언은 다루지 않고 광주 시민들의 항의집회 과정에서 황교안 전 대표 바지에 흙이 묻은 장면만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도 TV조선과 채널A는 5·18 기념식을 중계하는 데 그치거나 ‘문재인 대통령 입술이 부르텄다’는 주제로 시사대담을 하는 추태를 보였다.
■역사조작 앞장선 TV조선·채널A, 진정한 사과부터 해라
광주 투입 북한군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이 스스로 거짓말을 실토했으니 ‘5·18 북한군 개입설’은 끝나게 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정명운 씨 고백 이전에도 북한군 개입설은 각종 문헌 증거와 증언을 통해 숱하게 반박됐지만, 1980년 광주에 북한군이 투입된 것으로 믿고 싶어 하는 이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 개입설’은 돌고 돌아 2019년 자유한국당이 ‘가짜 유공자를 색출’하겠다며 국회 공청회까지 여는 사태까지 불러왔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채널A·TV조선은 정명운 씨 거짓말을 여과 없이 방송한 것뿐만 아니라, 채널A의 경우 정 씨에게 사전양해도 구하지 않은 상태로 ‘몰래 촬영’했다는 진술도 받았다고 한다. 두 방송사의 ‘5.18 북한군 개입설’ 거짓말 인터뷰 방송은 ‘5.18민주화운동 은폐·왜곡·조작사건’에 포함되는 내용으로써, 그 경위를 분명하게 밝히기 위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엄중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허위조작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이렇듯 허위조작정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놓고 ‘나 몰라라’ 하는 종편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다. 5·18 역사성 부정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채널A와 TV조선이 결자해지할 수밖에 없다. 채널A와 TV조선은 자신들의 오보가 단초가 된 ‘5·18 북한군 개입설’ 허위조작정보가 고개를 들 때마다 오보를 정정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채널A·TV조선 두 방송사가 2013년 방송 영상 삭제와 면피성 사과로 어물쩍 넘어간 것을 확실히 바로잡는 정정보도 및 진정성 있는 사죄가 되어야 한다.
당시 출연자들을 섭외한 김광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금껏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채 회피하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안다면, 2013년 지지 않은 책임을 이제라도 통감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절필하라. 그것이 독재에 항거한 5·18 희생자와 생존자, 유가족과 광주 시민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조금이라도 씻는 길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