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2400억 손실낸 LCC, 정책금융 수혈 놓고 ‘고심’

      2021.05.20 18:05   수정 : 2021.05.20 18:05기사원문
올해 1·4분기에만 약 2400억원의 손실을 낸 저가항공사(LCC)들이 정부가 발표한 2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책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다시 돌려줘야 할 빚인 데다가 이자 수준도 낮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원틀만 마련했을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하지 못했다.

국내 LCC들의 운영자금이 아직 크게 부족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회계 장부상 기록되는 손실액 규모보다는 실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월 국내 LCC에 2000억원 수준의 정책금융 지원책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있다. 정책금융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인 탓에 LCC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미뤄두고 있기 때문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대가없는 유동성 지원책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책금융은 다시 갚아야 할 빚으로, 각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자도 부담이다. 국토부가 언급한 정책금융의 구체적인 성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과 유사한 수준에서 이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간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로, 이자 수준이 7%대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높은 문턱으로 인해 LCC 중 기안기금을 받은 곳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작년에만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국내 LCC 업계는 올해 1·4분기에만 23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장회사인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4개 회사만 합산한 수치로, 비상장사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난다.

유동성 절벽에 직면한 LCC들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유동성 자체 조달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작년 8월 15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티웨이항공도 작년 11월과 올해 3월 각각 668억원, 8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작년말 1050억원, 835억원씩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했다.


정부는 아직 LCC들의 운영자금 자체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회계상의 영업이익 적자 여부도 중요하지만 당장 버틸 수 있는 현금 유입 상황이 중요한데 최근 국내선이 회복되고 있어서 현금 유입 부분에서 호전되고 있다"면서 "LCC들의 현금 유입 상황 등 재무 상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금융의 성격에 대해선 "산업은행의 기안기금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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