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조부 묘 훼손 사실일까?…세종시 공원묘지 가보니
2021.05.22 07:00
수정 : 2021.05.22 09:24기사원문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공원묘지에서 묘지가 훼손됐으면 먼저 관리사무소를 찾아 확인하는 게 상식 아닌가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부가 안장된 세종시 한 공원묘원 관리사무소 관계자의 말이다.
21일 오전 11시. 세종시 장군면의 한 공원묘원. 이른바 윤 전 총장 '조부 묘 훼손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다. 약 60만㎡ 규모의 이 공원묘원에는 1만여 기의 묘소가 있다.
윤 전 총장의 조부 묘는 공원묘원 정문 출입구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간 고지대에 자리해 있었다.
여느 조상 묘와 다를 바 없었지만, 봉분 앞 상석 주변 일부 잔디가 사라지고 새로운 흙더미가 덮혀 있는 것으로 미루어 최근 보수작업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봉분 위 한쪽 가장자리에는 일부 잔디가 뜯겨 나간 자리에 메워진 맨흙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런 흔적들이 시중에 파다한 이른바 '저주성 테러' 이후 보수작업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일부 보수과정에서 생긴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해당 공원묘원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다. 그는 묘지 훼손 사건이 발생했다고는 하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원묘지에서 그런 일(훼손 사건)이 발생했으면 먼저 우리를 찾아왔겠지…그게 상식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근데 우리도 그 일을 기자라는 사람이 와서 가보라고 해서 알았지. 유가족이나 관리인(공원묘원 계약 분양자)한테는 지금까지도 연락 한번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익히 알려진 대로 '묘지 훼손'이 진짜 있었던 것인지 관리책임이 있는 자신들도 답답할 노릇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얘기를 듣고 처음 현장에 갔을 때도 지금의 모습(일부 보수가 이뤄진 흔적)이었다"면서 "직접 보지를 못했으니 알 수가 있나. 보수작업도 우리가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보수작업을 하더라도 우리한테 요청하면 되는데 굳이 직접하거나 외부업체를 이용했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묘소 테러'를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윤 전 총장 친척의 존재에 대해서도 "우리 공원묘원 쪽과 직접 분양계약을 하신 분은 아닌 것으로 안다. 잘 모르겠다"며 다만 "계약자이면서 관리자는 집안 종손인가 하는 분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내년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의 '조부 묘 테러 사건'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이어지면서 해당 공원묘원은 뜻하지 않은 지역 '명소'(?)가 됐다.
하루에도 수 십명의 사람들이 윤 전 총장 조부 묘를 보기 위해 공원묘지를 찾고 있다고 했다.
현장을 취재하던 중 만난 한 시민은 "진짜 묘소 테러가 일어난 게 맞냐"면서 "지나던 길에 궁금해서 들렀다"고 했다. 그는 묘소 이곳저곳 한참을 살핀 후에야 자리를 떴다.
앞서 지난 19일 한 언론이 누군가 윤 전 총장 조부의 무덤을 파헤치고 인분과 식칼, 부적 등을 놓아두는 '저주성 테러'가 발생해 세종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한 후 진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측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윤 전 총장 측 측근들의 입을 통해 '묘지 훼손'이 사실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진위 다툼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