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데이터만 6억개, 킬러콘텐츠 구매도 데이터로"
2021.05.24 17:16
수정 : 2021.05.24 18:24기사원문
카이스트(KAIST)를 다니다 창업한 왓챠의 박태훈 대표(36)는 '개인화' '자동화' '추천'을 핵심 키워드로 개발한 왓챠의 추천 엔진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연간 190% 성장 비결? 자체 개발한 '추천 엔진'
2011년 영화 평가 앱으로 출발한 '10살' 스타트업 왓챠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6년 왓챠 피디아(영화 별점을 주고 코멘트를 남기는 SNS)를 기반으로 선보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는 2020년 1월 누적 앱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했다. 2020년 매출액은 380억원으로 전년대비 73.5%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3배가 늘어 성장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는 직원 수에서도 드러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면서 5월 현재 190여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배가 늘었다.
박 대표는 왓챠를 '데이터를 가진 플레이어'로 명명했다. 왓챠의 경쟁력은 '데이터'에 있다는 것인데, 이는 왓챠의 성장을 견인해온 킬러콘텐츠 수급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박 대표는 "왓챠만의 엔진 덕분에 창고에 숨어있던 보물을 찾거나 좋은 콘텐츠를 저렴하게 수급할 수 있었다"며 "경쟁이 치열해 가격이 비싼 콘텐츠의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있게 호가를 불렀다"고 말했다. "독점 공개하는 '왓챠 익스클루시브'인 '킬링 이브'는 시즌2가 방영 중일 때 (배급사와) 접촉했는데 경쟁자가 없었죠. 업계에선 두 여배우가 주연인 작품은 흥행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분석한 데이터 결과는 달랐고, 덕분에 시즌1·2를 한꺼번에 아주 싸게 구매했죠." 반면 박찬욱 감독의 '리틀 드러머 걸'과 HBO의 화제작 '체르노빌'은 반대의 경우다. 경쟁이 치열했고 가격도 비싼 편이었으나, 왓챠가 최종 계약을 따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얼마까진 질러도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호가를 불렀죠."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와 거래할 당시 에피소드도 왓챠만의 특장점을 엿보게 한다. 그는 "우리의 구매 목록을 보고 '왓챠는 취향이 독특하다, 아무도 안사는 작품을 산다' '어떻게 이렇게 의사결정이 빠르냐'고 놀라워했다"며 "그건 사람의 감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골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왓챠는 영화·드라마·예능·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등 총 9만여편에 달하는 콘텐츠를 서비스하는데 이는 넷플릭스와 비교해 드라마는 5배, 영화는 15배 많다. 주목할 점은 이중 80%를 이용자가 시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전체 시청의 70% 이상이 추천에 의해 소비된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 디즈니가 자사의 OTT 한국 론칭을 앞두고 디즈니 콘텐츠의 서비스 종료를 통보해왔지만 큰 영향은 없다고 했다. "특정 회사의 의존도가 높지 않다"며 "왓챠 론칭 당시 10여개 회사와 거래했으나 지금은 300개에 달하고, 직접 수입도 해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한국OTT협의회의 공동의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미국이나 유럽 대비 무려 7배나 비싼 망 이용료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이는 OTT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결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도 '데이터' 기반 "1억명 목표"
국내외 OTT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왓챠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현재 티캐스트와 공동 제작한 E채널 예능 '노는브로'를 독점 공개 중이며, 다큐멘터리 '한화 이글스',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의 연출 도전작 '언프레임드' 프로젝트 등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신규 이용자 예상 유입률, 기존 이용자 예상 시청률 등을 바탕으로 기획, 제작,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왓챠는 지난해 총 3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창업 이래 누적 투자금은 590억원). 그는 "경쟁사 대비 더 많은 자본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투자할 여력은 충분한 상태"라며 "투자금이 적더라도 (자사만의 기술력이 있기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타사 대비 수급효율이 5~10배는 더 나올 것"이라며 "스타트업의 기민한 의사결정이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진출 역시 왓챠의 성장성을 높이는 요소다. 왓챠는 토종 OTT 최초로 지난해 9월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박 대표는 "재결제율이 한국과 유사한 수준에 달했다"며 "2015년 왓챠피디아 일본어 서비스를 출시하며 차곡차곡 쌓은 데이터와 업계 내 신뢰를 기반으로 빠르게 안착했다"고 자평했다.
"한국의 콘텐츠 회사들이 세계시장에서 K콘텐츠의 경쟁력이 입증되면서 할리우드가 아닌 '한리우드'를 꿈꾸잖아요. 왓챠는 단기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성공시켜 회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론 해외 진출로 10년 안에 1억명의 가입자를 갖는 게 목표입니다. " 박 대표는 늦어도 내년엔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를 하고, 음악, 웹툰·웹소설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더 멀게는 콘텐츠에서 커머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게 회사의 비전입니다. 문화콘텐츠는 취향만 고려하면 되지만, 커머스는 취향은 물론 가격도 고려해야 이용자의 추천이 가능하거든요. 스타트업의 DNA를 가진 테크 기업, 그것이 왓챠의 정체성입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