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후 中반도체 산업 방향은? 美中 상반된 해석

      2021.05.25 14:44   수정 : 2021.05.25 14:44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한국과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에 대해 미중 관영 언론이 정반대의 해석을 내놔 주목을 끌고 있다. 향후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방향을 어떻게 보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미국 정부가 해외 홍보 활동의 하나로 운영하는 국제 방송인 미국의 소리방송(VOA) 중국어판은 25일 ‘한미 홍수급 투자붐, 중국 반도체 자주발전의 길 침몰시킬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 등 국가들의 수천달러 규모 투자계획이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양국이 정상회담에서 상호 투자와 연구개발을 확대키로 한 만큼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의 자국산 반도체 개발의 길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논리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때부터 자국산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와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 등도 중국 공급을 제한했고 아직 자체 기술이 뒤따르지 못하는 중국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중국이 미 제재 이후 ‘반도체 굴기’를 향후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정하고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고도의 첨단 기술이 들어간 산업 특성상 단기간 성과를 보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중국은 이에 대한 돌파구로 한국 등 반도체 선진국 기업을 상대로 투자 유치활동도 벌이고 있다.

VOA는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선임 연구원을 인용, “세계 중하위인 중국 반도체 생산 수준이 상위권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최소 5년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제재로 5~3나노 반도체 생산 설비를 얻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반도체 강국의 길을 걷는 것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평론에서 이를 반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매체로 꼽힌다.

중국 정부나 인민일보가 발언하기 껄끄러운 국제적 문제도 환구시보는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하며 비판해왔다.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에 시비를 걸고 김치 논쟁을 불러일으킨 곳도 환구시보다.

환구시보는 평론에서 샹리강 중국 정보소비연맹 이사장 겸 통신산업 전문가의 글을 실었다. 샹 이사장은 미국 등 일부 국가가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장악하고 있으며 투자를 늘리면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반도체의 상당 부분은 중국 기업이 소비해왔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이 개발한 반도체가 자국 내에서 소비되면 중국은 실제 개발 과정에서 더 큰 압력에 직면하게 되겠지만 (대중국 제재로 미국은)더 이상 칩을 팔수도 없고 집에서 비스킷으로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최선의 보증이며 시장이 있으면 더 많이 판매할 수 있고 재정적 지원도 풍부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더 많은 자금이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생산에 투입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샹 이사장은 “이미 고도로 기술 성장한 반도체 산업에서 (더 이상)기술의 빠른 교체는 없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이 따라잡기 상대적으로 쉽지만 선두 주자가 장벽을 형성하긴 어렵다”면서 “투자 확대는 생산성만 늘릴 뿐 기술 장벽은 형성되지 않고 (결국)중국 기업의 추격을 막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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