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컬렉션 미술관’ 수도권 확정?.. 박형준, 지역 국회의원 ‘발끈’
2021.05.25 16:10
수정 : 2021.05.25 16: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부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을 사실상 수도권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부산·경남 지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찍이 유치 의사를 밝혔던 부산시는 내달 공식적으로 공모 방식을 통한 미술관 입지 선정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같은 날 국민의힘 황보승희 국회의원(부산 중·영도구)과 이달곤·최형두 국회의원(각각 마산합포·진해)도 각각 성명을 통해 “삼성가(이건희) 컬렉션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 방안을 반대한다”라고 천명했다.
전날 황희 문체부 장관은 회견을 통해 내달 미술관 신설 방침을 결정하고 자신이 직접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문체부 측은 미술관 신설 지역 선정 기준에 대해 ‘기증자 정신과 국민의 접근성 등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해 사실상 인구가 많고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을 염두에 둔 발표가 아니냐는 주장이 일었다. 그러자 부산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비판 성명을 낸 것.
이날 황보 의원은 “문체부가 이건희 미술관을 수도권에 설립하겠다고 한다. 문체부는 수도권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 부처가 아니다. 수도권 위주의 정책과 투자는 비수도권을 홀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가치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이건희 미술관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비수도권으로 가야 한다. 문체부는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인 최 의원은 “문체부가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 방안을 검토 중이라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균형발전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정부는 극심한 문화양극화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귀 기울여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건희 미술관의 비수도권 설립 의견을 전국 지자체 가운데 맨 처음 제안하며 여론을 주도해온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같은 내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지금 중앙정부는 문화 균형 발전이라는 시각이 좀 결핍된 것 같다”라며 “공정한 절차와 경쟁을 통해서 부산이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는데 (부산이) 적임자라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미술관의 입지선정 방식에 대해 전국 공모를 통해 최종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박 시장은 중앙정부를 상대로 미술관의 비수도권 설립에 대한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국회의원들의 미술관 유치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내달 초 공모를 통한 입지 선정 방식을 채택해 달라는 건의문을 공식적으로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시 담당부서 관계자는 “정부의 미술관 신설계획에 대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내달 초 정식으로 공모 방식을 통한 입지 선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 사항을 제출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체부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많은 사람이 작품을 감상하고 향유하기를 바라는 기증자의 정신과 국민의 접근성 등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수도권도 고려대상일뿐 확정된 것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