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위기 언제든 닥친다… 식량허브 만들어 비축·관리해야"

      2021.05.25 17:48   수정 : 2021.05.25 19:03기사원문

식량은 이제 세계 각국에서 무기화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식량위기 상황에 대비해 식량을 상시 비축·관리하는 식량콤비나트를 건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코로나19로 불안해진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선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 식량을 저장해둬야 한다며 '새만금 식량콤비나트' 건설에 대해 역설했다.

식량콤비나트는 국내에서 생산된 식량자원뿐만 아니라 해외 수입식량의 비축이 한곳에서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식량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집적시설이다. 그는 "콤비나트를 통해 국가 식량안보를 확립하고 나아가 주변국에 식량을 공급하는 '동북아 식량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만금 식량콤비나트 건설해야

김 사장은 "우리나라 4대 곡물인 쌀, 콩, 밀, 옥수수 중에서 쌀을 제외한 곡물의 식량자급률은 매우 낮아 대부분 곡물 수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지난해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156만5000ha로 인구대비로 본다면 경지면적이 작아 근본적으로 식량자급률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안정적인 수입과 비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로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사료용을 포함한 전체 곡물자급률은 21% 수준으로 곡물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5월 이후 줄곧 상승세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러시아가 오는 6월 말까지 자국산 밀 수출에 대한 관세를 부과키로 하는 등 국가 차원의 공공 비축 정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사장은 "바이러스로 인한 식량안보 위협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며 "식량은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 비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만금이 최적의 후보지라고 강조했다. 새만금은 더불어민주당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 사장의 지역구(전북 고창·부안군)이기도 하다. 그는 "인천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었지만 자리가 부족하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면서 "새만금은 바다를 통한 접근성이 뛰어나고 활용 가능 용지가 넓어 대형선박의 접근뿐 아니라 풍력·조력 등 청정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익산 식품산업 클러스터와의 연계도 용이하다"며 "새만금 일대에 대규모 곡식 창고를 세우고 제분 공장 단지에서 가공한 뒤 인접한 중국에 수출하면 연간 40조원 이상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하림 등 많은 기업들은 이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특히 새만금 식량콤비나트의 '동북아 식량허브' 계획은 현실 가능성이 충분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중국의 곡물 수입량은 1억4200만t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도 수입이 적지 않다"면서 "이런 나라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새만금에 식품 기지를 세우면 허브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 오렌지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네덜란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우리(98억달러)보다 약 11배가 많은 1100억 달러"라며 "생산액도 많지 않은 네덜란드의 농수산식품 수출 규모가 1100억 달러에 달하는 비결은 식품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중개무역을 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팜' 통해 농촌 활성화

김 사장이 집중하는 또 한 가지 분야는 이른바 '주민참여 공유경제형 스마트팜'이다. 임기 내 주민 참여 공유형 스마트팜 시범단지를 추진해 고령화되는 농가 소득을 끌어올리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주축이 돼 단지를 조성하면 마을기업이 운영하고, 농촌 고령층은 노동력을 제공하며 청장년층이 이를 경영하는 방식의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 운영으로 창출되는 수익 일부를 기본소득처럼 마을 전체 농가와 균등하게 배분해 농촌복지를 현실화시킨다.

김 사장은 특히 "스마트팜에 참여하는 소농, 청년 대학생 모두가 적은 초기투자비로도 기초소득을 공유할 수 있다"며 "지금껏 농업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었다면 스마트팜은 약용식물이나 인삼 등 기술집약적인 작물을 생산하고 aT가 이에 대해 유통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 농수산품 수출액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전년 대비 3.6% 증가한 98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다. 김 사장은 이날 aT 양재센터 5층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수출상담회 현장을 직접 소개했다. 그는 "온라인 시장을 개척하지 못한다면 우리 미래는 없다고 본다"며 "올해 aT는 '맞춤형'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A라는 국가의 소비자들이 매운 맛을 선호한다고 한다면 그에 부합하는 식품을 개발하는 식의 '빅데이터'를 기반한 수출 전략을 수립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 사장은 'K푸드 브랜드' 육성에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aT는 우리 농식품 수출을 돕기 위해 농가와 수출업체에 물류·홍보비를 지원해주고 생산비를 융자해주고 있지만 우리 농가가 해외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역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담긴 브랜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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