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취업설명회는 역차별?… 대학가로 번진 '젠더갈등'

      2021.05.25 17:50   수정 : 2021.05.25 19:05기사원문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젠더 갈등'의 불씨가 대학가로 옮겨붙는 조짐이다. 일부 대학에서 여대생에게만 지원하는 취업 상담회가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제기되지 않던 지적이라며 캠퍼스 분위기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남학생 배제한 취업 설명회 역차별?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여대생을 대상으로만 진행하는 취업 설명회를 두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남학생은 참여할 수 없는 게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게재됐다.

한 청원인은 '많은 대학에서 남학생을 배제하는 여대생 전용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같은 등록비를 내지만 남성은 상대적으로 취직이 잘 되니까 진로 프로그램 등은 여성에게 양보하라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과거에 일어난 성 불평등으로 인해 작금의 20대가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특정 성별이 차별받는 프로그램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다수의 대학에서는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고려대 대학일자리센터는 '언니들의 취업완전성공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여대생의 관심 직무 탐색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조선대 대학일자리센터는 '전공계열별 취업·진로특강'을 진행하며 남학생의 참여인원은 30%로 제한하기도 했다.

일부 취업설명회가 여대생을 대상으로만 열리는 이유는 지원금과 관련이 깊다.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급하고 운영지침을 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비율만큼을 여학생 프로그램을 위해 사용하라고 할당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일자리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해보니 '역차별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더라"며 "나도 여성이지만 처음에는 굳이 성별을 나누는 취업 상담회가 필요한가 싶었다. 배경을 모르는 학생들의 입장에선 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누가 더 불리한가" 달라진 분위기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젠더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정 표현이나 손동작 등에 대해 '남성 비하가 아니냐'는 논란이 쏟아졌고, 일각에선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이라며 받아치기도 했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는 '혐오'와 '역차별'이 이슈로 자리 잡아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차별받는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5~39세 1만101명 대상, 2020년 5~12월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9~39세 사이)에서 성별 불평등 인식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74.6%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말하는 한편, 남성의 51.7%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한 대학 관계자는 "과거에는 나타나지 않던 젠더 갈등이 캠퍼스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여대생 취업 상담회 같은 사례는 여성의 취업이 남성보다 어려우니까 어쩔 수 없다며 넘어갔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남성은 군대, 여성은 육아를 언급하며 불평등을 다투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캠퍼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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